어렵사리 물꼬를 트려던 북미 대화가 서해 교전이라는 돌발 상황에 부딪쳐 주춤하고 있다. 미국이 다음 주 예정한 제임스 켈리 국무부 차관보의 특사 파견을 일단 철회한 것으로 2일 알려졌기 때문이다.미국의 특사 파견 취소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지난 주 제의한 대화 재개를 위한 방북 계획에 대해 북한이 아무런 답신을 보내오지 않았다는 점이고 또 하나는 지난 주말에 갑작스레 터진 서해 교전이다.
1일 미 국무부 정오 브리핑에서 기자들의 질문은 서해 교전에 대한 미국의 평가와 이 사건이 대북 특사의 방북 계획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집중됐다.
리처드 바우처 국무부 대변인은 백악관과의 사전 조율에 입각한 가이드 라인을 토대로 미국의 입장을 비교적 소상히 밝혔다.
이날 답변은 몇 가지 점에서 의미 있었다. 서해 교전이 북한의 무력도발이라고 규정한 점이 일단 눈 여겨 볼 대목이다. 미국은 이 같은 상황을 북미 대화에 상당한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는 것으로 받아들인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이어 서해 교전과 특사 방북의 연계 가능성을 제시해 방북 계획 취소도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하지만 이 같은 발언은 반대로 서해 교전에도 불구하고 특사 방북에 북한이 긍정적으로 응답할 경우 미국이 방북을 추진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1일 방북 계획 취소 내용을 북한에 통보했다고 밝힌 미국 고위 관리들이 북한과의 대화 재개에 여전히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도 이런 속내를 읽을 수 있게 한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미국은 서해 교전에도 불구하고 대북 특사 파견을 예정대로 진행해 줄 것을 요청한 한국의 입장을 당초 수용했다”며 “그러나 1일 오전 콜린 파월 국무장관이 백악관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만난 후 입장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미 국무부는 한국의 요청에 따라 서해 교전을 조기에 마무리할 경우 대북 특사 방북을 예정대로 추진할 계획이었으나 백악관의 강경 분위기와 북한의 ‘무반응’ 때문에 방향을 수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윤승용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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