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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기자가 바라는 '월드컵 이후의 한국' / 열광뒤 냉정한 성찰이 세계인 되는 첫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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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기자가 바라는 '월드컵 이후의 한국' / 열광뒤 냉정한 성찰이 세계인 되는 첫 걸음

입력
2002.07.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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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1998년 프랑스 대회가 끝난 후 한국측 월드컵을 취재하기 위해 3년 여 동안 일본과 한국을 오르내렸다. 취재를 하면서 양국 조직위는 견해나 대응, 사고방식에서 차이를 드러냈다.한국은 지방자치 역사가 짧은 탓인지, 서울 이외의 개최 도시들은 월드컵으로 도약의 계기를 마련하고자 했다.

대회 전 한국 신문들과 TV가 ‘친절한 손님 맞이” “청결’ 등의 캠페인을 전개한 것은, 국민들에게 상당한 자극이 된 것으로 비춰졌다. 일본에서는 이처럼 외국을 의식한 ‘외향적’ 캠페인은 끝내 없었다.

필자는 한국의 월드컵 개최를 1990년대의 김영삼 정권 때부터 추진해온 세계화의 연장선으로 보고 있다. 한국의 언론은 월드컵을 단순한 국제 스포츠로 규정하지 않고 ‘월드컵 개최를 통해 나라를 어떻게 변화시켜야 하는가”라는 명제를 강하게 의식한 것 같았다.

선악이나 우열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은 월드컵을 계기로 자국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자는 목표를 세우고, 세계화를 동시에 추진하자는 방향성을 확실히 갖고 있었다. 언론과 국가대표 선수들은 물론이고, 지방자체단체와 시민들에게도 그런 분위기가 성숙됐다.

이에 반해 일본은 국가 차원의 방향성이라 할 만한 큰 비전은 명확하지 않았다. 오히려 월드컵을 개최하는 지방자치단체나 지역사회의 작은 단위에서 ‘지역 발전이나 활성화’등의 테마 정도를 주목한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실제로 대회가 시작되면서 한국 국내의 흐름은 당초 언론이 의도한 방향과는 다르게 흘러가고 말았다. 한국 대표팀이 예상과는 달리 맹활약해 주목의 대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연승행진을 계속한 한국 대표팀이 주인공이 되자, 당연히 국민들은 열광했다. 외국 관광객과 무관하게 국민은 제2의 주인공이 되어 자기를 되돌아보는 일 없이 월드컵 무대에 내던져졌다.

서울 시청 앞을 가득 메운 붉은 T셔츠 군상이나, 가두 응원 나온 수백만명은 한일 월드컵의 화제를 독식했다. 월드컵 소식을 하루종일 내보내는 TV나, 붉은 T셔츠를 입은 시민들의 열기를 보면 나라 전체가 ‘냉정을 잃은 열차’를 타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한국 매스컴이 추구한 캠페인과는 달리, 세계라는 ‘거울’에 한번 자신을 비쳐 보는 작업을 잊어버린 셈이다.

그러나 ‘한국 국민에 의한, 한국 국민을 위한 월드컵’으로 마무리 됐음에도 국민은 뜨거운 열기 와중에 당초 캠페인과는 다른 의미로 세계를 인식, 세계와의 거리를 나름대로 줄인 것 같다.

한국 대표팀은 실력면에서 세계와의 격차를 크게 줄였고, 10개 개최도시는 국제대회라는 세계무대를 경험했다. 그래서 국민도 월드컵을 통해 세계에서 한국의 수준을 인식했다. “월드컵이라는 세계 품평회에서 한국은 4위”라는 것을 자국에서 보았던 것이다.

아마 시간이 흘러 열광 대신에 냉정을 되찾게 되면, 한국 국민들은 세계에 자신을 냉정하게 객관화하는 작업을 시작할 것이다.

이때야 말로 한국에게 21세기의 새로운 세계화의 출발점인지도 모른다. 한일 양국이 대회를 성공시킨 것이 향후 한일관계에 어떤 영향을 줄까. 다양한 견해가 있겠지만,

나는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앞으로 어떤 일을 하더라도 한일 양국이 함께 개최했던 월드컵의 기억이 마음 가운데 남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요미우리(讀賣) 신문 운동부 나이토 아키히로(內藤 昭廣)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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