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권리의 혁명이라는 제조물책임(PL)법이 1일부터 시행됐다. 법이 소비자 권리를 폭넓게 인정한 것과 달리 그동안 정부나 소비자단체의 홍보는 기업들의 대응책에만 초점이 맞춰져 왔다.소비자들이 PL법 시행에 따른 변화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PL 혁명의 주인인 소비자들의 입장에서 이전과 달라진 점이 무엇인지 상세히 알아 본다.
◈ PL법이란
어떤 상품에 결함이 있어 소비자가 신체나 재산에 손해를 입었을 경우 제조업자나 수입업자 등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정한 법률이다.
지금까지는 제품에 결함이 있어도 관련 민법 제750조 불법행위책임 조항에 의거해 피해자가 제조업자 등에 과실이 있다는 것을 입증해야만 배상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PL법은 ‘결함’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제조업자 등의 과실을 입증하지 않아도 제품에 결함이 있고 이로 인해 손해를 입었다는 사실만을 입증하기만 하면 된다.
제조상의 결함, 설계상의 결함, 그리고 안전 사항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표시상의 결함 등이 모두 포함된다.
◈ 제조물의 범위와 책임 소재
PL법은 제조물에 국한된다. 가정용품, 사무용품, 식품, 약품 및 공장에서 사용하는 기계 등이 포함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기, 음향, 광선 등 무형의 에너지와 중고품, 수공업품, 예술작품 등도 ‘제조물’의 범위에 포함시켰다.
가공되지 않은 농산물이나 어패류, 그리고 건축물과 같은 부동산은 PL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단 7월1일 이후 공급된 제품부터 법 적용을 받는다.
그렇다면 제품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누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야만 할까. 법은 제품을 제조, 가공, 수입한 자가 1차적인 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부품이 원인이 돼 결함이 발생한 경우 부품을 공급한 업체도 책임을 지며, 판매자나 유통업자 등에게도 제한적인 책임을 묻고 있다.
예를 들어 인터넷 쇼핑몰에서 물품을 구입한 경우 제조업자를 알 수 없다면 해당 쇼핑몰에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다.
◈ 외국 판례
1996년11월 일본에서는 부엌용 합성세제를 사용하다가 손 끝 감각이 없어졌다는 이유로 한 소비자가 제조업체에 소송을 제기했다.
업체측은 “고무장갑 등을 착용하지 않은 소비자 실수”라며 맞섰지만 법원의 70만엔의 화해금을 지급하라며 소비자의 손을 들어줬다.
‘맨 손으로 사용할 경우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등의 안전 표시가 없었다는 것이 이유였다.
미 캘리포니아주 대법원은 63년 한 목수가 목공 작업 중 갑자기 나무조각이 기계에서 튕겨 나오는 바람에 얼굴에 중상을 입은 사건에 대해 다목적 전동공구사 Y사에 6만5,000달러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또 1인용 승용차에 2명이 탑승했다가 차가 전복돼 동승자의 하반신이 마비된 사건에 대해 미 텍사스주 지방법원은 “‘2인 승차 금지’라는 안전 라벨을 부착하지 않았다”며 650만달러의 화해금을지급할 것을 결정했다.
◈ 피해 구제 절차
제조물 결함으로 피해가 발생했다고 판단되는 경우 우선 업종별 상담센터에 문의해 상담을 받는 것이 좋다.
여기에서 해결이 되지 않거나 굳이 이 단계를 거치고 싶지 않을 경우 소비자보호원에 조정을 의뢰하면 된다. 소보원은 소비자 피해 처리를 위해 상담, 피해구제, 분쟁조정, 소송지원의절차를 두고 있다.
소보원은 피해 구제 단계에서 사실 조사, 전문가 자문, 시험ㆍ검사 등을 통해 30일 이내 결론을 내려 양 당사자간 합의를 권고한다.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분쟁 조정에 들어간다.
준사법적 권한을 가진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가 다시 30일 이내에 배상 여부와 배상액을 결정해 제조업체에 통보한다.
만약 제조업체가 이 결정에 불복할 경우 소보원의 소송 지원 등을 받아 법정 소송 절차를 밟게 된다.
소보원 정책연구실 강창경(康昌景) 연구위원은 “제조사의 안전 경고나 설명서에 따라 제품을 사용했는데도 사고를 당했을 경우 소보원의 PL 상담창구를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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