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외무고시 여성합격자가 전체의 45.7%를 기록, 약 절반을 차지했다.월드컵 여파로 올 사법고시에는 남성을 제치고 여성의 약진이 두드러질 것이란 보도도 있었다.
지난해 행정고시와 사법고시에서 여성합격자 비율은 각각 25.3, 17.5%. 어디 공부 잘하는 여성이 고시에만 도전하랴.
올해 연세대 의대 신입생 중 여학생 비율은 44%였다. 서울대 의대는 31%. 여성이 우리사회의 리더로서 큰 바람을 일으킬 날이 머지 않은 것 같다.
최근 여성주간을 맞아 세계 61위에 머물고 있는 우리나라의 여성권한 척도를 2007년까지 30위권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여성부 발표가 한낱 꿈으로 끝나진 않을 것이란 희망을 품어본다.
이들이 외교관으로, 의사로, 판ㆍ검사로 활약할 때면 여성에 대한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은 저절로 사라지고, 여성도 우리사회의 메인스트림으로 당당하게 설 수 있으리라.
그러나 전체 교원의 60%를 넘는 여교사들이 정작 교장이나 교감까지 올라가는 일은 드물다는 사실을 헤아리면 여성이 중간간부, 최고간부로 올라가 리더십을 발휘하기란 결코 쉽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리더를 꿈꾸는 여성에게 가장 치명타는 주위로부터 ‘리더십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올 때이다.
똑같은 출발선에서 달리기 시작해도, 아무리 불굴의 의지를 가지고 일하더라도 결국 사회의 변방에서 주로 훈련 받아온 여성에게, 그래서 분위기 파악이 눈치 빠르게 이루어지지 못하는 여성에게 리더십은 남성과 경쟁할만한 조건이 될 수 없다.
리더십을 기르고 싶어 요즘 히딩크 관련 리더십 기사란 기사는 모조리 섭렵하고 있는 여성에게, 5년 뒤ㆍ10년 뒤를 꿈꾸는 젊은 여성에게 3~6월 본보에 연재됐던 기획시리즈 ‘김병후의 여성탐구’에 소개된 삶의 스타일은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철저하고 치밀한 일 관리로 신뢰받고 있는 방송인 박찬숙씨. 그는 리더의 필수조건인 안정감을 보여주는 여성이다.
그러면서도 아기자기하고 따뜻한 면모로 주위의 사랑을 얻고 있다. 소비자운동가 송보경씨. 깐깐하면서도 시원시원한 그는 자신의 삶은 물론 일에서도 가당치 않은 욕심은 부리지 않는다.
소비자운동의 공격 목표는 철저히 눈높이로 정하지만 일단 세운 목표를 위해서는 몇 번이고 가상전략을 짤 만큼 완벽한 준비를 거친다.
장점은 같이 일하는 사람을 편안하게 해준다는 것. 곽배희 한국가정법률상담소장. 그는 유연함이 무기이다.
강한 반발을 만나면 한발짝 뒤로 물러서는 듯 하다가, 결국엔 소신대로 밀고 나가는 스타일이다. 한명숙 여성부 장관. 그는 유순하다.
곁에서 30년 동안 지켜본 후배가 ‘화내는 것을 한번도 본 적이 없다’고 할 정도. 그러나 유순함 뒤에는 오랜 세월 감정 분출을 자제하며 배양한 통찰력과 지혜가 숨어 있다.
이제 막 사회의 높은 턱을 넘어선 젊은 여성에게 사회의 편견은 예상 외로 거셀 수 있다.
그러나 꿈을 접지는 말자. 선배 리더들이 일과 삶에서 보여준 철저함과 안정감, 치밀함과 유연함, 유순함과 통찰력을 연마하면서 때를 기다리자.
/송영주 생활과학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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