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거리응원의 명소가 된 시청 앞 광장 3,000평을 녹지광장으로 만들어 시민에게 개방하겠다는 뉴스는 우선 듣기에 반갑다.월드컵 기간 중 열정적이고 질서 있는 거리응원으로 세계의 화제가 된 곳이 그렇게 바뀐다면 1,000만 시민에게 큰 선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한 바퀴만 생각을 굴리면 걱정스러운 것이 한 둘이 아니다. 가장 큰 걱정거리는 교통 문제다.
서울시의 구상대로라면 남북 통행에는 별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동서간 교통은 엄청난 혼잡이 예상된다.
특히 소공동과 남산 3호 터널을 경유한 강남-도심간, 서소문 방향에서 을지로나 세종로쪽으로 통하는 동서간 교통은 완전 마비상태가 될 것이다.
시청 앞 광장은 하루 십 수만 대의 차량이 오가는 서울 교통의 중심지다. 이곳이 막히면 도심과 주변 지역에 연쇄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거기다 청계천 복원사업으로 청계 고가도로와 복개도로가 헐리면 도심교통은 지옥으로 변하고 말 것이다.
지하차도나 고가도로로 교통량을 처리하는 대안 없이 무조건 길을 막겠다는 것은 너무 단세포적인 발상이다.
2일 취임한 이명박 시장은 시청 앞 녹지광장은 10월까지 공사를 마치겠으며, 청계천 복원도 즉시 사업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임기 중에 끝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무엇이 그리 급해 불도저처럼 밀어붙이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아무리 좋은 계획이라도 실현 가능성을 따져가며 시민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 결정해야 한다.
결정이 되어도 완급을 조정하며 단계적으로 사업을 추진함으로써 시민생활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이 대도시 행정의 전제다.
광장이 필요하면 이번처럼 차를 막고 이용하면 된다. 상설광장이 되면 각종 집회와 시위의 장소가 되어 교통난을 가속시킬 우려도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