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가 내우외환(內憂外患)의 수렁에 빠진 듯한 느낌이다. 6ㆍ13 지방선거 참패를 딛고 8ㆍ8 재보선 준비에 안간힘을 쏟고 있으나 당 안팎에 제대로 풀려 나가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우선 서해교전 사태는 제대로 정신을 차릴 수 없게 만드는 악재에 해당한다. 노 후보는 지방선거 과정에서 남북관계만 잘 돼나가면 다른 분야가 좀 뒤쳐져도 전체 국정운영이 합격점을 받을 수 있다는 취지의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이 발언은 물론 거시적인 관점에서 한 것이고 국익을 놓고 냉정하게 따져 볼 때도 햇볕정책은 계속 유지돼야 한다는 것이 노 후보의 입장이다.
그러나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정책 가운데 대북 포용정책을 계승 1순위로 꼽고 있는 노 후보로서도 서해교전을 ‘좋은 결과’라고 말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노 후보측이 “서해교전의 원인과 결과, 북한의 의도를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며 가급적 말을 아끼고 있는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이다.
서해교전은 노 후보가 주도하고 있는 반(反) 부패 과거청산 작업에도 제동을 걸었다. 당 전체의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아 있어 청산작업에 언제 다시 불이 붙을 수 있을지 현재로선 가늠하기 어렵다. 과거청산이라는 화두를 띄웠지만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와의 지지도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것도 신경 쓰이는 대목이다.
MBC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 지난 30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양자 대결 시 이 후보는 40%, 노 후보는 28.4%를 기록해 11.6% 포인트의 차이를 보였다.
이ㆍ노 후보와 정몽준(鄭夢準) 의원의 3자 대결에선 지지율이 각각 35.4%와 23.2%, 20.1% 였다. 과거청산에 대한 적잖은 당내 반발과 함께 대선기획단을 꾸리는 과정에서 노 후보 직계조직과 당 조직이 화학적 결합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내우(內憂)에 속한다.
그렇다고 노 후보측이 속수무책인 것만은 아니다. 노 후보측은 당장 8ㆍ8 재보선이 급하기는 하지만 12월 대선까지는 많은 변수와 재역전의 기회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이다. 긴 호흡으로 부패청산 프로그램은 물론, 정치지도자로서의 ‘노무현 프로그램’을 차근차근 제시해 나갈 계획이다.
고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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