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카에다와 탈레반 잔당 완전소탕을 내세운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군사작전이 계속되는 가운데 1일 작전 중이던 미 군용기가 아프간 민간인을 상대로 또다시 대규모 오폭 사고를 내 '무고한 희생'에 대한 비난이 고조되고 있다.1일 새벽 칸다하르 북부의 우루즈간주 카카라크 마을의 한 결혼식장에 B-52폭격기와 AC-130공격기 등 미 군용기가 오폭해 적어도 40여명이 숨지고 70여명 이상이 부상했다고 아프간 현지 관리들이 전했다.
아프간이슬람통신(AIP)은 이날오전 2시부터 두시간에 걸친 미군의 공습으로 부녀자와 어린이 등 최소한 10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전했으나 일각에서는 결혼식장 안에 최소한 400명이 있었다고 주장해 피해 규모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이날 미군의 작전은 도주 중인 탈레반 지도자 모하마드 오마르 체포를 위한 것 이었으며 사고의 원인으로 결혼식장에서 전통 의식에 따라 하늘을 향해 쏜 몇 발의 축포를 미군이 적의 대공포로 오인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해 미 국방부는 "미공군기를 향해 공격을 가하던 대공포대 등 지상 목표물에 7발의 2,000파운드급 레이저 유도 폭탄을 투하했으며 이중 일부가 민간인 피해를 유발했을 수 있다"고 과실을 인정했다.미국은 일단 민간인 희생에 대해 유감을 표하면서 이번 사고의 원인이 미군의 오폭인지,아니면 미군기를 겨냥한 적대 세력의 대공포탄 공격인지 밝히기 위해 2일 합동조사반을 현지에 파견했다.
▼오폭 피해자 수천 명 넘어
미군의 아프간전 오폭은 4월18일 12명의 사상자를 낸 아프간 주둔 캐나다군에 대한 레이저 유도탄 발사를 비롯,지난해 12월의 동맹군인 아프간 반군 공격 등 공식 확인된 것만 이미 10여 건을 넘어섰다.정확한 피해 규모는 여전히 파악되지 않고 있지만 아프간 내 한 구호단체의 면접조사 결과에 따르면 총 13개 주 가운데 2개 주에서만 오폭으로 지난해 11월 이후 69명의 민간인이 숨지는 등 전체 피해자는 수천 명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날 사고로 아프간 내 폭격 중단 요구도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미군의 현대전 수행 능력에 대한 의혹과 불신도 커질 전망이다.압둘라 압둘라 아프간 외무장관은 2일 이례적으로 성명을 발표해 민간인 피해를 막기 위해 미국이 '강력한 조치'를 취해 주도록 요청했다.
▼왜 오폭이 발생하나
최신 무기에도 불구하고 거듭 오폭이 발생하는 이유는 뭘까.첨단 유도 폭탄은 무기의 정확도를 개선했지만 목표물의 위치를 정확히 찾아내고 적과 아군을 식별해야 한다는 점을 전제로 하고 있다.
때문에 무기 통제 인력의 작은 실수도 치명적인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지나해 11월 미군 전폭기의 마자르-이-샤리프 교도소 오폭 당시에도 지상 관제 요원이 위치정보시스템(GPS)작동 과정에서 배터리를 교체한 뒤 기기의 위치 표시가 달라진 사실을 깜빡 잊고 전폭기에 목표물 위치를 알려줬다 오히려 자신이 폭격을 당했다.4월 캐나다군 오폭동 당시 F-16조종사가 캐나다군의 실탄 사격 연습을 적군의 공격으로 오인한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용식기자
■국방부 아프간戰 분석
미군이 아프간 전쟁에서 군사작전 중 폭격기 등을 통해 투하ㆍ발사한 폭탄과 미사일 가운데 4분의 1이 목표물을 빗나간 것으로 드러났다.
4월 10일 영국 BBC 방송이 미 국방부 분석자료를 인용, 보도한 데 따르면 미군이 아프간에 투하한 폭탄ㆍ미사일 가운데 25%가 목표물에서 빗나갔으나 이는 1991년 걸프전과 1999년 코소보 내전 당시의 명중률(50% 미만)에 비해 매우 높은 수치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명중률 개선이 아프간 상공에서 투하된 폭탄ㆍ미사일의 대부분이 레이저나 위성을 통해 목표물에 유도ㆍ발사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프간 투하 폭탄 가운데 약 60%가 유도탄이었으나 걸프전에서는 8%에 머물렀다.
그러나 일부 군사전문가들은 전체적으로 공습의 정확도가 높아지긴 했지만 위성과 정찰기에서 보내온 공격 관련 데이터가 종종 믿을 수 없는 수준일 때가 많으며 특히 개전 초기에는 적중률이 많이 떨어지는 문제점을 노출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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