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시·장소:6월24일 코엑스인터컨티넨탈호텔 머큐리룸▲ 참석자:신국환 산자부 장관
김재철 무역협회 회장
제프리 존스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
≪한국일보는 창간 48주년 기념으로, 정부가 제시한 ‘동북아 중심국가(허브코리아)’ 방안에 대한 기획 시리즈를 7회에 걸쳐 연재했다.
네덜란드 싱가포르 아일랜드 상하이 등 선진 허브 국가, 또는 장차 우리와 허브 경쟁을 벌이게 될 도시의 경험과 준비실태에 대한 현장 취재를 통해 우리나라가 잠재력 못지않게 가야 할 길이 멀다는 결론을 얻었다.
이제 기획의 마지막 순서로 신국환(辛國煥) 산업자원부 장관, 김재철(金在哲) 무역협회 회장, 제프리 존스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을 초청, 좌담회를 갖고 ‘허브 코리아’의 비전과 과제에 대한 의견을 들어보았다. ≫
/진행=송태권 경제부 차장
신국환=동북아에는 가까운 시일 내 북미자유무역지대(NAFTA), 유럽연합(EU)에 버금가는 큰 경제권이 형성될 것이다. 많은 다국적 기업이 이곳에서 부가가치를 다른 어느 지역보다 많이 창출할 수 있게 된다.
허브 코리아는, 바로 이런 상황에서 강한 산업기반과 지리적 이점을 가진 우리나라가 동북아의 생산과 교역, 물류와 서비스의 중심이 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수도권에 경제특구를 조성해 가장 편리한 기업활동과 생활 여건, 인적자원과 행정서비스 면에서 세계 으뜸 환경을 만들려고 한다.
김재철=우리나라는 지난 40년간 세계사에 드물게 산업화에 성공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 때마침 우리나라는 세계경제에서 부상하고 있는 동북아의 중심에 위치해 있다.
지리적 조건을 이용해 물류, 비즈니스, 해양관광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일본과 중국의 중간에서 육지와 해양의 가교역할을 하는 나라, 거기에 허브의 비전이 있다.
존스=싱가포르와 홍콩의 중요성이 떨어지면서 많은 다국적기업의 지역본부가 상하이로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는데, 사실 서울이 상하이보다 더 좋은 기업환경을 만들 수 있다고 본다.
신국환=우리의 허브 잠재력은 강하다. 분단상황으로 인해 육상교통에 제약이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이것이 해결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시베리아철도와 경의선은 결국 연결된다. 러시아 등 여러 나라의 이해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월드컵 때 초청된 50여명의 다국적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상하이보다 서울이 허브로서 적합하다고 평가했다.
인천공항은 아시아에서 미국과 유럽을 논스톱으로 갈 수 있는 몇 안 되는 공항 가운데 하나이고, 70% 이상이 환적(換積) 화물이다. 장점이 많다.
김재철=허브코리아의 비전은 단기간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10년 안에는 철도가 연결될 것이다.
존스=한국은 할 수 있다. 기업환경과 분위기가 좋다. 5년 전의 한국과 지금의 한국은 완전히 다른 나라다. 사막 뿐인 바레인도 중동의 금융 중심으로 성장했다.
신국환=허브국가 비전에 대해, 뜬 구름 잡는 얘기가 아니냐며 의구심을 갖는 사람들도 있다고 들었다. 그러나 정부가 발표하는 구체적인 방안들을 보면 납득하게 될 것이다.
존스=허브 전략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 허브가 되면 국가 이미지가 좋아져 제조업체의 수출에도 도움이 된다.
‘메이드 인 코리아’가 과거에는 마이너스 요인이었으나, 허브코리아가 되면 앞으로는 플러스 요인이 될 것이다.
김재철=비판론자들은 ‘우리나라가 홍콩이나 싱가포르처럼 도시국가가 아닌데 무슨 허브냐’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는 산업기반이 잘 갖춰져 있는 점이 홍콩, 싱가포르보다 오히려 좋은 조건이다.
존스=허브 코리아로 가려면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들이 있다. 한국에 들어와 있는 100개 다국적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했는데, 다섯 가지가 지적됐다. 세금부담 과중, 외환규제, 노동시장 경직성, 언어장벽, 대외홍보 부족 등이다.
노동, 외환규제 등은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도 개선할 부분이 있다. 특히 세금문제는 정부의 구체적 계획이 없는 것 같은데, 적극 검토해야 한다.
외국기업에만 특혜를 주자는 것이 아니다. 정부가 세금정책에 대한 기본 입장을 분명히 세울 필요가 있다.
사회적 목적 달성을 위해 세금정책을 활용할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세수 확대에 목표를 두는 것인지 하는 문제다. 어느 쪽인지 큰 방향을 정하고 세법을 손질해야 한다.
김재철=국가 경쟁력 측면에서 모든 걸 종합적으로 검토 조정하는 기구가 필요하다. 현재는 업무가 여러 부처에 분산돼 있어 자기 일 밖에 모른다.
허브국가 추진에서 유념해야 할 것은, 무엇을 하느냐 보다 어떻게 하느냐 이다. 이에 대한 논의가 부족하다. 핀란드 같이 자원이 없는 나라가 세계 일류국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어떻게 국가자원을 효율적으로 쓸 것인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있었던 덕분이다.
허브국가 추진 역시 효율적인 투자로 부가가치를 극대화하도록 해야 한다. 또 하나, 허브국가 건설은 1~2년에 될 문제가 아니고 사람을 자주 바꿔서도 안 된다는 점이다. 정권 차원을 넘어서 장기적 시각으로 일할 수 있는 사람에게 맡겨 일관되게 추진해야 한다.
신국환=바뀌어야 할 게 많다. 외국과 외국인에 대한 국민들의 사고도 더욱 열려야 한다. 21세기는 사람과 사람, 조직과 조직간의 경계가 없어지고, 전세계가 동시에 정보를 주고 받는 시대다. 정부 경쟁력도 세계 10등 안에 들어갈 수 있도록 원스톱 서비스 행정으로 바뀌어야 한다.
김재철=허브코리아로 가기 위해서는 국제적 환경조성이 시급하다고 하는데, 물론 타당한 지적이지만 절대 조건은 아니다.
한국 중국 일본간에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되면 허브코리아의 시너지 효과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하지만 FTA가 허브 전략의 필수 전제조건은 아니라고 본다.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가 문제다.
신국환=일본은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고 중국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해 주변국과의 교류를 위한 기초적 여건이 갖춰져 있다. 한국이 앞장서서 협력방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
김재철=요즘 국가간에 서로 허브가 되기 위한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그래서 우리만의 특화전략이 필요한지, 아니면 종합적인 허브를 지향해야 하는 것인지 하는 문제도 논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결국 더 허브(the Hub)냐, 에이 허브(a hub)냐 하는 문제다. 사람은 자유로운 곳을 찾아 가기 마련이다. 그런 면에서 우리가 일본이나 중국보다 더 자유롭게 만들 수 있다. 국민성이나 정치제도 측면에서 그렇다. 돈도 역시 한 곳에만 찾아가지 않는다.
상하이도 될 수 있고, 서울도 될 수 있다. 배타적인 것이 아니다. 결국 상호 공존하는 윈-윈 전략이 바람직하다.
처음부터 특화니, 종합이니 하며 선을 긋기 보다는 모든 일이 그렇듯이 차근차근 순서를 정해서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존스=확실하게 사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면 기업들이 찾아오게 되어있다. 싱가포르나 홍콩이 바로 그랬다. 한국은 몇 년 전만해도 허브 같은 것에 대해 생각할 여유조차 없었지만, 지금은 시기가 무르익었다.
신국환=네덜란드 싱가포르 홍콩 등과 비교해서 기본적으로 갖출 것은 갖추고, 그보다 더 낫게 해야 하겠다는 생각에서 정부는 전반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김재철=정말 우리가 때를 만났다는 생각이다. 천시(天時)라고 하는데, 지금 우리가 그렇다. 동북아는 이미 세계의 큰 경제권으로 발전했다. 지식ㆍ정보사회, 국민성, 교육열, 정보기술(IT)의 발전 등 모든 면에서 우리는 때를 만났다.
지리적 이점에다, 월드컵에서 보았듯이 국민의 잠재력도 무궁하다. 천지인(天地人) 모든 것이 갖춰진 이 때 전략만 잘 세우면 허브국가가 아니라 그 이상도 이룰 수 있다.
신국환=월드컵이 허브국가 추진에도 획기적 전기가 됐다고 본다. 큰 국제행사를 훌륭하게 치룬 역량을 세계적으로 평가 받은 것이 무형의 자산이다. 국민들의 생각도 많이 바뀌었을 것이다.
외자유치에도 비판이 많았는데 이제 달라질 것이다. 월드컵에서 얻은 유· 무형의 자산을 허브국가 추진에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존스=월드컵을 통해 얻은 것이 많은데, 그 중 하나는 외국인(히딩크감독)을 잘 이용하면 국가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국민들이 깨닫게 된 점이다. 이를 허브 전략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허브국가가 되려면 실력 있는 외국인이 한국에 많이 들어와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금까지 한국이 큰 목표를 세워서 실패한 적이 거의 없다. 30년 가까이 한국에 살면서 보아왔는데, 한국은 계획을 세우면 꼭 이루고 마는 국가다.
김재철=역사적으로 보더라도 우리나라는 개방했을 때 흥했다. 핀란드 노키아는 세계 10여 곳에 연구개발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그 중 어느 나라에 있는 센터가 가장 효율적이냐고 그들에게 물었더니, ‘그게 무슨 말이냐’고 반문하더라. ‘본부에만 23개국 사람이 섞여있는데 국적이 무슨 상관이냐’는 것이다.
신국환=동북아 허브가 되자는 것은 세계 일류국가로 가는 목표의 한 부분이다. 앞으로 10년만 잘 하면 된다. 월드컵을 통해 우리는 잠재력을 재발견했다. 시기적으로 굉장히 중요하다.
전세계가 글로벌화, 디지털화하는 때를 맞았다는 것은 국가적으로 큰 기회다. 이 기회를 살리지 못하면 역사적으로 큰 한이 될 것이다.허브는 바로 그런 기회다.
협찬: 한국원자력 문화재단
정리=김상철기자
sckim@hk.co.kr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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