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김지하(61)씨가 6월 29일 한국관광공사 강당에서 ‘붉은 악마에게 들려주는 태극기 이야기’라는 강연을 했다. 그는 붉은 악마의 ‘대~한민국’ 연호와 ‘짝짝짝 짝짝’ 5박자 박수 소리가 “태극기의 원리와 고조선 시대부터 내려온 역사의식에서 나온 무의식적 물결”이라고 주장했다.“붉은 악마의 응원이 역사의 액센트라는 자각에서 이 자리에 나왔다”고 말문을 연 김씨는 “우리 스스로 붉은 악마 현상에 대해 설명하려고 할 때 세계사적 의미를 가진 문화를 창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붉은 악마의 응원이 세 가지 원리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첫째는 엇박자 연호와 박수로 나타난 ‘역동적 균형’ 또는 ‘안정적 변화’라는 새로운 문화의 코드이며, 둘째는 고조선의 전쟁의 신이었던 천황 ‘치우’의 붉은 로고에서 나온 역사의식, 셋째는 음과 양의 우주적 통합이라고 할 수 있는 3박 더하기 2박의 구조이다.
3박은 역동성과 변화를 뜻하고 이는 태극기의 붉은 색, 즉 양(陽)으로 통하며 2박은 균형과 안정을 의미하고 이는 태극기의 푸른색, 즉 음(陰)으로 통한다는 것이다.
그는 붉은 악마의 응원을 두 가지 점에서 높이 샀다. 첫째 멀리는 동학농민전쟁, 가까이는 6월 항쟁에 이르는 ‘자발적 역동성’이라는 역사의 연장선상에서다. “붉은 악마가 갑자기 땅에서 솟아난 게 아니라 면면히 내려온 역사적 전통이 스포츠를 통해 나왔다”는 것이다.
그는 또한 응원 열기의 자발성을 높이 평가하면서 “우리 민족은 지도자보다 백성이 강한 민족이다. 왕이 도망가도 죽창을 들고 수백만이 일어서 외세를 막아온 민족”이라고 말했다. “이런 의미에서 붉은 악마의 응원을 민족 역사의 한 전환점으로 삼을 수 있다. 이번 응원에서는 온 민중이 함께 일어나면서도 개성있게 움직였다.”
김씨는 “붉은 악마 응원의 역동적 균형은 우리 민족 고유 사상의 전세계적인 문화적인 승리’라며 강연을 맺었다. 이날 행사는 장준하 기념 사업회(이사장 김진현)가 한국 축구의 월드컵 4강 진출을 기념해 마련한 것.
붉은 악마의 주축을 이루는 젊은층이 많이 참석하지는 않았지만 김씨는 “오늘 이야기한 붉은 악마의 역사적 의미가 인터넷 등을 통해서 널리 퍼져나가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종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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