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교전은 ‘북한군의 의도적인 기습공격’이란 점을 십분 감안하더라도 군 해상방어의 총체적 문제점을 드러낸 ‘대표적’사례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더욱이 월드컵기간동안 대테러 경계강화조치가 취해진 가운데 교전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자 국민들은 작전에서 부터 정신 자세에 이르기 까지 전방위적으로 재검토, 책임 추궁과 함께 재발을 막아야 한다고 소리를 높이고 있다.
■ 해이해진 정신자세
우리 군이 서해교전에서 대규모 피해를 입은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우리 고속정이 다가가면 북한 경비정이 당연히 돌아가겠지”하는 안이한 판단과 생각에 있었다고 군 스스로도 밝히고 있다.
군의 한 관계자는 “연평해전에서 대승을 거둔 우리 해군이 불과 3년 만에 거꾸로 북측에게 기습을 당한 것은 우리가 북에 대한 경계심을 늦췄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1999년 연평해전 이후 햇볕정책과 남북 화해무드에 따라 군 수뇌부는 북의 도발에 대해 강경하고 적절한 대응보다는 가능한 북한을 자극하지 않는 전략을 써왔던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번 서해교전에서도 우리 고속정은 이틀간이나 북한 경비정이 연속으로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하는 등 평소와 다른 징후를 보였음에도 만일의 사태를 가정치 않고 평소처럼 북한 경비정으로 접근, 기습공격을 당하는 우를 범했다.
더 큰 문제인 것은 군 수뇌부의 여전히 ‘수비 일변도’자세. 군의 작전을 총괄하는 이남신(李南信) 합참의장은 북 경비정을 격침시키지 않은 데 대해 “격침은 어렵지 않으나 전면전을 막기위해 사격을 못한 것”이라고 말해 여론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 화 자초한 군작전
해군은 연평해전 후 NLL을 침범한 경비정에 대해 ‘경고방송’ 후 ‘차단기동’이라는 새로운 전술로 대응해 왔다. 차단기동은 우리 고속정이 북한 경비정을 가로 막아 북측으로 밀어내는 작전. 하지만 이 작전은 이번 교전에서 나타났듯 함정간의 교전에서 가장 치명적인 배의 측면을 적으로 노출시켰다. 더욱이 고속정은 경고방송을 위해 북한 경비정에 450㎙까지 접근해야만 했다. 결국 북한 경비정은 참수리 358호를 보낸 뒤 뒤따르던 참수리 357호를 공격했던 것이다.
여기에다 고속정 후방에 배치된 초계함 2척은 사건 발발 후 거리가 멀어 북한 경비정을 정확하게 공격하지 못하는 작전상 한계를 드러냈다. 초계함은 76㎜ 함포의 유효사거리인 8㎞를 훨씬 넘은 12~13㎞지점에 위치, 발사한 400발의 포탄 중 상당수가 북한 경비정을 맞추지 못했다. 덕적도 상공에 있던 공군의 KF-16 2대도 북한 경비정을 바라보기만 했다.
"작전 문제없었다" 책임 회피도
■ 부적절한 정보판단
북한 경비정은 6월 들어 예년과 달리 빈번하게 NLL을 침범했다. 2000년과 2001년 6월 불과 3건이었던 북 경비정의 NLL 침범이 올 6월에는 4건으로 늘어나고, 교전 전 이틀동안 잇달아 침범하는 등 도발징후가 있었으나 우리 군은 ‘설마’하는 자세로 일관했다.
군 당국은 북 경비정의 NLL 침범이 일어날 때마다 “북한의 꽃게잡이 어선이나 중국의 불법조업 어선을 단속하기 위한 것”이라며 ‘별일 아니라’는 입장을 발표했으며, 최근에는 “북한 경비정의 NLL 침범이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특히 이번 서해교전은 월드컵의 안전개최를 위해 한미 연합정보체계가 가동되는 가운데 발생, 정보수집의 허점이 발생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미흡한 사후 조치
국방부는 교전 발생 뒤 즉각 전군에 경계강화지시를 내렸다. 그리고 안이한 대응태세에 대한 비판여론이 비등하자 사건 발생 이틀뒤인 30일 김동신(金東信) 국방장관 주재로 관계자 회의를 열어 전비검열태세실장(소장)에게 작전에서 나타난 문제점등을 조사, 책임을 추궁하도록 지시했다.
그러나 군 일각에서 조차 젊은 장병들이 희생을 당했는데도 군 수뇌부는 “작전에 문제가 없다”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김 장관이 “책임질 일이 있으면 지겠다”고 말했지만, 당장 전비검열태세실장이 조사를 해봐야 계급의 한계상 고위층까지 책임을 추궁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군의 한 관계자는 “결국 하급 지휘관을 희생양으로 삼아 유야무야하는 식이 될 게 뻔하다”고 예상했다.
권혁범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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