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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보스니아PKO 연장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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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보스니아PKO 연장 '거부'

입력
2002.07.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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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국제형사재판소(ICC)로부터 면책권을 확보하기 위해 유엔의 보스니아 평화유지활동을 연장하는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해 국제 사회에 파란을 일으켰다.미국은 지난달 30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보스니아에서 작전중인 미 평화유지군에 대해 ICC의 기소를 피할 수 있는 면책권을 부여해줄 것을 주장했으나 다른 안보리 이사국들에 의해 거부되자 이날 종료되는 보스니아 평화유지작전 위임권 연장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후 미국과 안보리 이사국들은 보스니아 평화유지활동의 중단을 피하기 위해 일단 72시간 연장안을 의결하고 의견 조율에 들어갔다.

그러나 이 협의에서 근본적 해결책이 도출되지 못할 경우 1,700명의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유엔경찰병력 훈련단(UNMIBH)의 임무는 3일 밤 12시(현지시간)를 기해 종료된다. 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파견한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평화유지군(SFOR)의 활동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SFOR이 비록 법적으로 안보리 위임을 받지 않았더라도 여기에 참여하는 19개국 가운데 일부 국가는 “단 1개국이라도 평화유지활동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병력을 철수하겠다”고 시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ICC는 전쟁 범죄나 반인도주의 범죄를 저지른 개인을 해당 국가가 처벌할 능력이나 의지가 없을 경우 이를 기소하고 재판을 진행하는 항구적 전범 재판소로 1일 공식 출범했다.

세계 각국에 군대를 파견하고 있는 미국은 자국 군인이나 시민이 정치적 동기에 의해 ICC에 기소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5월 ICC 참여를 포기했다.

이후 미국은 보스니아에서 작전 중인 자국민에 대해 면책권을 부여해줄 것을 주장해왔으며, 영국과 프랑스가 1년 간의 기소 유예조치를 내용으로 하는 타협안을 제시했는데도 이를 거부했다.

유엔과 여러 국가들은 해당국가가 범죄를 저지른 자국민을 기소하지 않는 경우에만 ICC가 관여하기 때문에 정치적 동기에 의한 기소를 우려하는 미국의 주장은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미국을 제외한 14개 안보리 이사국들은 ICC의 창설을 지지하고 있으며 면책권이 ICC의 활동과 국제법을 저해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각국은 미국의 거부권 행사를 비난하고 나섰다. 프랑스의 장 다비드 레비트 유엔대사는 “46명의 미국 경찰병력이나 민간인을 보호하기 위해 유엔의 평화유지활동을 멈추게 하는 것은 불필요한 일”이라면서 미국의 거부권 행사는 유엔 활동을 위협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과거 안보리 이사국의 거부권 행사로 유엔의 평화유지활동이 중단된 것은 1999년 2월 중국이 마케도니아와 대만의 외교관계 수립에 항의하기 위해 거부권을 던졌을 때 한번뿐이었다.

NAT0 고위 관리들도 1일 브뤼셀에서 대책회의를 갖고 보스니아 평화유지군의 장래 문제를 협의했다.

제레미 그린스톡 유엔주재 영국대사는 “법적으로 볼 때 SFOR은 안보리의 위임을 받을 필요가 없다”면서 “NATO는 보스니아 평화유지군의 미래에 대해 스스로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남경욱기자

kwnam@hk.co.kr

■보스니아 평화유지군은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에서 활동하고 있는 평화유지군은 유엔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각각 파병한 두 부대가 있다.

우선 유엔 경찰훈련단(UNMIBH)이 1,700명 있는데 미국인이 46명 포함돼 있다. 1995년 데이턴 평화협정으로 3년 반에 걸친 보스니아 내전이 종식됐을 때 유엔의 경비병력은 4만 여명의 세르비아, 크로아티아 및 이슬람 경비대의 무장 해제를 맡았다.

이후 유엔 경비병력은 1만 7,00여명의 다국적 경찰 병력을 훈련시킬 임무를 부여 받았다. 다국적 경찰병력은 인권과 법의학, 병리학, 교통관리, 범죄 분야에서 일할 예정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평화유지군(SFOR)은 NATO 회원국 병사 1만 8,500명으로 구성돼 있다. 보스니아 재건을 위해 적대 행위를 막고 민간 당국을 지원하는 것이 주요 임무이다.

SFOR도 데이턴 협정에 따라 1995년부터 활동을 시작했으며 3,100명의 미군이 소속돼 있다. 초창기에 6만명 선에 달했으나 평화가 정착됨에 따라 차츰 줄어들었다.

올해 말까지 1만 2,000명 선으로 감축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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