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ㆍ13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지방자치 단체장들과 의원들의 임기가 오늘부터 시작된다. 축하와 격려를 보내야 마땅하겠건만 그럴 수 없는 게 안타깝다.단체장들의 경우엔 더욱 그렇다. 이들 가운데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 없이 법을 지켜가면서 선거운동을 한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 때문이다.
단체장들의 부패는 매우 심각하다. 민선 2기 단체장 267명 가운데 각종 비리 등으로 이미 유죄판결을 받은 수는 40명에 이르렀고 사법처리가 진행 중이거나 예정된 사건의 처리가 끝나면 1기 때 23명에 비해 2배가 넘는 50명 선에 이를 것이라고 하지 않는가.
이번 6ㆍ13 지방선거에서 선거법 위반 행위는 역대 지방선거 중 최악이라고 하니, 앞으로 벌어질 일이 뻔하지 않은가.
나는 단체장들의 인간성이나 인격엔 대체적으로 보아 별다른 문제가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부정부패의 생활화’가 굳건한 뿌리를 내린 우리의 풍토에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법적ㆍ제도적 문제도 있겠지만, 그 이전에 우리 모두가 동참해 벌이고 있는 ‘국민 사기극’을 더 문제삼는 게 온당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어느 지역에서건 웬만큼 세상 돌아가는 걸 안다는 보통사람 아무나 붙들고 물어보라. 그가 사는 지역의 광역 및 기초 단체장이 이번 선거에 당선되기 위해서 돈을 얼마나 썼으며 그 돈을 어디서 조달했고 그 돈을 갚기 위해 앞으로 어떤 일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어보라. 우리 사회의 상식은 대충 이러할 것이다.
“법대로 해서 당선될 수 있나? 기업들로부터 돈을 조달해야지. 돈 갚는 거야 나중에 특혜를 주면 되는 거구. 적당히 하면 무슨 문제가 되겠어? 프로들은 나중에 말썽이 날 수 있는 기업의 돈은 안 받지. 특혜를 주더라도 그 바닥의 기존 질서를 존중해 가면서 주면 문제가 안 돼요.”
그러나 운이 없으면 프로도 걸린다. 그래서 한국의 정치인들과 고위 공직자들은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사람들’이라는 말이 나오게 된 거다.
우리 모두는 그런 부패구조를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운이 없어 터져 나온 증거로 공직자들이 쇠고랑을 차야만 그때 가서 ‘그럴 줄 몰랐다’는 식으로 분노하는 ‘국민 사기극’을 천연덕스럽게 저지르고 있다.
이러한 ‘국민 사기극’을 끝장 낼 수 있는 대안은 없는가? 있다. 부패의 악순환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 이번에 ‘교도소의 담장 위에 오른 사람들’이 돈 대준 사람들을 배신하는 거다. 사적 배신이 아닌 공적 배신이므로 죄책감 느낄 필요 없다.
그러한 배신을 돕기 위해 시민들은 행정의 투명을 요구해야 한다. 첫째도 투명, 둘째도 투명, 셋째도 투명이다.
투명성을 위한 비용이 만만치 않은 건 사실이다. 비효율적인 면이 제법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존의 부패구조를 온존시키는 것보다는 훨씬 더 값싸게 먹힌다.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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