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시선쯤은 개의치 않는 듯 발랄하고 자유분방하고 개성을 강조하던 신세대의 표상으로 딱 맞다는 공효진과 김민희.패션모델일 때는 동료였고, 영화 ‘서프라이즈’에서는 친구로 나오는 두 여배우가 3일부터 성숙한 여인으로 맞수 대결에 나선다. MBC와 SBS가 방송하는 수목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극본 인정옥, 연출 박성수)와 ‘순수의 시대’(극본 이정선, 연출 김종혁)에 각각 출연해 선의의 경쟁을 펼치게 되는 것.≫
▦공효진-MBC '네 멋대로 해라'/억척스런 치어리더역 "류승범과는 친한사이"
“좋은 시나리오와 대본을 놓치고 싶지 않았어요. ”
공효진(22)은 부쩍 바빠졌다. 일욕심이 늘었다기보다는 그의 진가를 인정하는 사람이 많아진 모양이다. 촬영을 마친 영화 ‘서프라이즈’와 ‘긴급조치 19호’는 우정출연인줄 알고 갔다가 현장에서 조연급으로 비중이 늘어났다.
여성 동성애자들을 다루는 또다른 영화 ‘철없는 아내 파란만장한 남편 그리고 태권소녀’에는 주인공인 태권소녀로 발탁됐고 80년대 롤러장을 누비던 고교생들의 이야기 ‘품행 제로’도 촬영 중이다.
그리고 3일부터 MBC TV 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에 모습을 드러낸다. “비중있는 역할이 들어오니까 욕심이 난다”고 털어놓는다.
이번에 맡은 미래 역은 씩씩하고 생활력 강하고 낙천적인 인물이라는 점에서 드라마 데뷔작이었던 SBS ‘화려한 시절’에서의 연실과 상당히 닮은꼴이다. 소매치기 출신으로 밑바닥인생을 살아가는 시한부 인생 복수(양동근)에게 모성애와 같은 연민을 품고 있는 치어리더다.
“연실은 단순했는데, 미래는 한마디로 설명하기 힘들 정도로 복잡한 인물”이라고 한다. 부모를 일찍 여의고 동생을 돌보며 억척스럽게 살아가면서도 화려하고 멋을 많이 부리고, 복수가 사랑하는 여자 경(이나영)을 질투하면서도 우정을 쌓아가는 인물이다.
“망가지겠다고 용기있게 나서는 여배우가 드물어서” 거칠고 왈가닥인 역할만 줄곧 맡고 있단다. 비련의 여주인공은 아직 생각이 없다. “저 아니래도 그런 역할을 할 배우는 많잖아요. 외모에서도 성숙하지 않았고요.”
자다가 일어나서 휴대폰을 받는 촌스러운 여학생을 비롯해 지금까지 공효진이 CF나 영화에서 보여준 모습은 결코 예쁘지 않았다. 하지만 “낙천적인 성격이어서” 외모에 큰 불만은 없다. “처음부터 못난이로 나와서인가요. 예쁘게 보아주시네요”라고 겸손하게 말하지만 실제 외모는 평범 이상이기도 하다.
드라마 ‘화려한 시절’에 이어 영화 ‘품행 제로’에 함께 출연하는 류승범과는 열애설이 돈다. “또래 여자연예인들과 친하기가 쉽지는 않다. 승범씨와는 영화를 같이 하다 보니 만나는 시간도 많고 친한 것은 사실이다”고 말하면서도 우정인지 사랑인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김민희-SBS '순수의 시대'/장난스런 모습서 탈피…정통 멜로에 도전
“‘나 너 좋아’이렇게 직접 말하는 건 너무 현대적이지 않나요. ‘소나기’처럼 감정을 삭이는 동화 같은 이야기를 언제 경험해보겠어요.”
어느덧 20대에 들어선 김민희(20)는 늘 따라붙던 ‘N세대 표상’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해보였다. 명랑만화나 순정만화 같은 드라마가 인기를 끄는 요즘, 정통 멜로드라마를 표방하는 SBS TV ‘순수의 시대’를 택한 이유도 “옛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1학년 때 화장품 광고로 데뷔해 벌써 경력 5년째다. ‘학교’ ‘줄리엣의 남자’ 등 드라마 출연작도 4편에 이르고 영화도 ‘순애보’에 이어 ‘서프라이즈’까지 찍었다. CF스타에서 머물지 않고 연기자로서의 자세도 다져가고 있다.
드라마 촬영 때문에 월드컵경기를 제대로 보지 못했어도 “중요한 건 축구가 아니라 드라마니까 괜찮았다”고 말한다.
김민희는 ‘순수의 시대’에서 아픔이 많은 지윤 역으로 성숙해진다. 아버지가 돌아가시자마자 재혼한 엄마 때문에 겪는 설움에 눈물을 흘리지만 겉으로는 강인한 척하고, 친구 사이인 태석(고수)과 동화(박정철)사이에서 진짜 사랑을 드러내지 못하고 갈등하기도 한다.
인물 자체가 복잡한 성격인데다 감정을 실어야 하는 연기도 처음이지만 김민희는 나름대로 인물을 분석하고 자신있게 설명해낸다.
“불우한 환경에 있는 태석과는 엄마에 대한 미움과 그리움을 공유하기 때문에 심정적으로 통하는 게 있다. 솔직해도 된다. 하지만 유복한 집 아들인 동화 앞에서는 달라진다. 살아온 환경도 정반대고, 일부러 강한 척 한다.”
패션화보모델로 카메라 앞에 설 때가 많은 김민희. “명품을 좋아한다고요? 옷을 좋아하는 거예요”라며 ‘옷을 잘 입으면 옷이 눈에 띄지만, 완벽하게 입으면 사람이 눈에 띈다’는 코코 샤넬의 말을 인용한다.
원래 디자이너에 관심이 많다. 비비안 웨스트우드를 만나고는 그의 소박한 인품에 반해버렸다고 한다. 1년 넘게 패션잡지에서 사진을 모아 자신만의 스크랩북(그는 ‘책’이라고 불렀다.)을 만들었을 정도로 좋아하는 것에 빠져들 줄도 안다.
“까불고 장난치는 모습만 기억하는데 사람에게는 여러 모습이 있잖아요. 이젠 다른 사람을 생각할 줄도 알게 됐는 걸요.
문향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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