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거울에 얼굴을 비춰보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그것은 단순한 반사가 아니라 반성이다. 자신을 되돌아보는 성찰에 거울을 보는 인간 행위의 진짜 의미가 있다.작가들이 스스로의 모습을 단지 묘사나 표현의 대상으로서가 아니라, 자기성찰의 의미를 담아 회화, 조각으로 제작한 자화상, 자소상은 진솔한 예술의 기운과 함께 그 사회와 시대의 상황까지 읽을 수 있게 한다.
서울 세종문화회관 미술관(02-399-1773)이 10일까지 여는 ‘한국 미술의 자화상’ 전은 한국 사회의 정체성을 되새길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참여 작가들은 한국화의 강경구 김선두 사석원, 서양화의 강형구 서용선 최석운, 조각의 고명근 이종빈, 사진의 최광호 하봉호씨 등 현재 우리 화단의 중진ㆍ중견 25명. 사석원씨는 대학 4학년에 재학 중이던 1983년에 그린 작품을 냈다.
왼손에 붓을 든 자신의 모습과 함께 자화상 속의 또 다른 화폭에 1983년부터 올해인 2002년까지 연도를 하나하나 적었다. 안경 속 그의 눈길에는 예술에 대한 신념과 알지 못할 미래에 대한 불안 섞인 기대가 엿보인다.
최석운씨는 아이를 안은 채 붓을 들고 있는 자신의 뒷모습을 그렸고, 고명근씨는 부인으로 보이는 여인과 불교 수행자를 함께 어깨동무하고 있는 자소상을 출품했다.
큐레이터 임연숙씨는 “자화상이라는 가장 보편적인 주제를 통해 전통 한국 미술의 방식과 서구 미술의 새로운 조형언어를 비교하면서, 80년대 이후 화단의 주목을 받았던 작가들의 완숙한 작품세계도 되돌아보는 계기”라고 전시 의도를 말했다.
전시장에는 일반 관람객들이 자화상을 그려볼 수 있도록 거울과 미술도구가 있는 그림방도 만들어놓았다.
/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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