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대화를 앞두고 있는 미국 언론들과 일본 및 서방 언론들은 29일의 서해 교전 사태 발생 배경과 앞으로의 한반도 정세 등에 대해 분석하는 기사를 29일과 30일 심층 보도했다.워싱턴 포스트는 한국측 북한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이번 사건이 치밀하게 계획됐거나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승인 아래 저질러진 것 같지는 않다”며 “1999년 서해 교전 패배를 보복하려는 저의가 있을지 모른다”고 분석했다. 이 신문은 남북한 화해를 반대하는 북한 강경세력이 이번 사태를 야기했을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북미 대화에 악영향을 줄지 모른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뉴욕 타임스도 북한 군부 강경파가 남북 화해 노력을 저해하기 위해 시도한 사건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최대의 의문점은 이번 도발이 의도적인 것인지 여부와 의도적이라면 동기가 무엇인지에 있다”고 지적하고 “이번 사건이 온건한 설득을 통해 북한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김대중 대통령의 오랜 믿음을 손상시키고 남북 화해 노력도 후퇴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로이터 통신은 미 행정부 고위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백악관과 국무부의 즉각적인 정서로 볼 때 미 특사의 방북이 연기될 것 같다”고 전하고 “미국은 북측이 월드컵 성공을 중단시키려는 욕망에서 도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요미우리(讀賣)신문은 이번 사건은 햇볕정책의 한계를 역력히 드러냈다면서 “한국의 향후 대북 정책의 근간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 확실하다”고 보도했다.
아사히(朝日)신문은 남북 관계는 당분간 냉각될 수밖에 없으며 김대중 정권의 대북 정책에 대한 비판과 재검토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고조될 것으로 전망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 신문도 햇볕정책이 최대의 위기에 직면했다고 전했다.
일본 언론들은 이번 교전이 계획적인 것인지 등에 관한 한반도 전문가들의 평가를 다각적으로 소개했다. 이즈미 하지메 시즈오카현립대 교수는 “북한의 목적이 긴장 격화라면 조선중앙방송이 ‘피해가 심각하다. 백배 천배 보복하겠다’고 주장했을 것”이라며 “계획성이 있다기보다는 99년 서해 교전에서 완패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기관포 사격을 먼저 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스즈키 노리유키 라디오프레스 이사도 “지금 시기의 군사적 긴장은 미국 특사의 방북, 남북한, 북일 관계에 역효과이기 때문에 북한 지도부가 처음부터 총격을 지시했다고 생각하기 어렵다”며 “99년 서해 교전에서 대패한 북한군 현장 부대가 저지른 게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오코노기 마사오 게이오대 교수는 “북한의 공격이 준비된 것이었다면 목적의 하나는 월드컵 성공에 찬물을 끼얹으려고 했던 것은 아닐까”라고 말했다.
다케사다 히데시 방위연구소 주임연구관은 “월드컵 대성공에 물을 끼얹는 절묘한 타이밍에 사건 후 북측 관련 발표도 신속해 계획적이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홍콩의 명보(明報)는 “북한이 99년 같은 장소에서 당한 패배에 대한 보복행위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中 통신, 北주장 편향보도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29일 발생한 서해 교전을 북한측 주장을 중심으로 편향적으로 보도했다.
이 통신은 중국어 기사에서 한국측이 먼저 도발했다는 북한측 주장만 장황하게 3단락이나 먼저 소개한 뒤 기사 뒤쪽에 한국측 주장을 실었다.
이 때문에 중국 관영 신문들이 이 기사를 게재할 때 지면 제약 때문에 중간에서 자르면 북한측 주장만 전하게 된다.
신화통신은 영문 기사 앞머리에서는 남북한이 서로 상대방 책임을 주장한다고 보도했으나 그 뒤에도 북한측 주장을 6단락이나 먼저 전하고 한국측 주장은 기사 뒤쪽에 4단락만 실었다.
/베이징=연합
워싱턴=윤승용특파원
syyoon@hk.co.kr
도쿄=신윤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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