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교전 전사자들의 시신이 안치된 경기 성남시 분당의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은 30일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유족들의 오열로 눈물 바다가 됐다.유족들은 아들, 남편의 이름을 부르고 또 부르다 혼절하고, 다시 정신이 들면 영정을 붙들고 울부짖다 또 정신을 놓치며 이틀 밤을 꼬박 통한의 눈물로 지새웠다.
■ ‘아들 시체 찾아내라’통곡
실종된 한상국(27) 중사의 가족이 이날 오전 장례식장을 찾아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어머니 문화순(55ㆍ충남 보령시 웅천읍)씨는 장례식장 바닥에 드러누운 채 “조타실 동료들은 다 살아 남았는데, 우리 상국이만 없구나”라고 통곡했다.
29일 아들이 실종됐다는 연락을 받고 해군2사령부를 방문했다가 아무런 설명도 없어 장례식장으로 왔다는 아버지 한진복(57)씨도 “먹을 것이 없어서 눈물, 밥물 다해서 먹여 키워온 내 아들 시체라도 찾아내라”고 울부짖었다.
이날 새벽에야 장례식장에 도착한 서후원(22) 중사의 어머니 김정숙(48)씨는 “돈이 든다며 고등학교 졸업식도 오지 말라던 후원이가 불쌍해서 어떻게 하나..”라며 영정을 가슴에 안고 울부짖다 실신했다.
조천형(26) 중사의 부인 강정순(29)씨는 “아기 백일 사진도 못보고 죽었는데…. 이제 어떻게 키우냐"며 넋이 나간 듯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장례식장을 왔다갔다해 조문객의 눈시울을 붉히게 했다.
■조문, 온정의 손길 답지
이날 조국의 푸른 바다에 청춘을 내던진 젊은 용사의 넋을 추도하는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아들이 미 1사단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최의영(51ㆍ경기 성남시 ) 김덕순(48)씨 부부는 “내 아들이 사고를 당한 것처럼 가슴이 찢어져 가만히 집에 있을 수 없어 달려 나왔다”고 말했다.
부상한 조현진 상병의 아버지 조재용씨도 이날 빈소를 찾아 “우리 아들만 살아서 미안하다”며 유족을 위로했다.
황도현 중사의 숭실대 동아리 선후배 20여명은 황 중사의 영정 앞에서 고개를 숙인 채 발을 떼지 못했다.
대학 동기인 조호균(30)씨는 “가난해서 고학을 하며 그렇게 착하게 살았는데…”라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충청도의 한 기업은 회사 이름을 밝히지 않은 채 1톤 트럭 분량의 음료수를 장례식장으로 보내는 등 온정의 손길이 이어졌다.
한편 숭실대는 이 대학 기계공학과 98학버인 황 중사에게 8월 후기 졸업식때 명예졸업장을 수여하기로 했다.
최기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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