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의 언론들은 29일 오전 남북한 해군의 서해 교전을 중대 뉴스로 긴급 타전했다. 외신들은 특히 이날 교전이 한일 월드컵 폐막을 하루 앞둔 시점에서 발생한 사실을 지적하면서 남북 화해 노력은 물론 성공적인 월드컵 분위기에도 찬물을 끼얹었다고 논평했다.영국의 BBC 방송은 월드컵 축제 분위기에 젖어 있던 한국에 충격을 던져준 이번 교전 사태로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 이후 2년 동안 화해 무드를 유지해왔던 남북 관계가 최악의 상태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AP통신도 “한국 방송들이 월드컵 대표팀의 3,4위전 관련 특집 방송을 일제히 중단하고 서해 교전 속보를 내보내고 있다”고 전하고 “21분간의 짧은 교전으로 북한과의 화해를 이끌어내려던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수년간 노력이 큰 타격을 입었다”고 분석했다.
로이터통신은 서해 교전이 이루어지기 불과 몇시간 전에 미국이 북한에 다음달 특사를 파견해 고위급 회담을 재개할 의사를 전달한 사실을 언급, 북미 관계에 미칠 파장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명했다.
이와 함께 뉴욕 타임스와 워싱턴 포스트 USA 투데이 등 미국의 주요 신문들도 인터넷판을 통해 남북한 교전 소식을 주요 뉴스로 취급했으며, ‘긴급 뉴스’로 1보를 전했던 CNN은 시간대별로 한국 정부의 대응 등 속보를 내보냈다.
월드컵 공동 개최국인 일본의 언론들은 한국에서 월드컵 열기가 최고조에 달한 시점에 남북 교전이 벌어졌다는 점에 충격을 표시하며 이번 사건을 가장 비중있게 취급했다.
NHK는 이날 정오부터 매시간 톱뉴스로 이 소식을 전하며 “북측이 선제 공격을 해 한국측의 피해가 컸던 것 같다”며 “대구에서 월드컵 3위 결정전이 있는 날 월드컵 열기에 찬물을 끼얹으려는 북측의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고 소개했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석간 1면 머릿기사로 교전을 보도하면서 “절정에 달했던 월드컵 축제에 찬물을 끼얹은 만큼 한국측의 분노도 클 것”이라면서 “당국자간 대화가 실질적으로 중단되는 등 교착상태에 빠진 남북관계가 더욱 나빠질 것이 우려된다”고 전망했다.
아사히(朝日)신문도 1면 머릿기사에서 “한국은 월드컵으로 축제 무드가 달아올라 있고 북한은 아리랑 제전을 개최 중”이라고 지적하며 “이런 시기의 충돌은 남북 긴장상태의 심각성을 새삼 부각했다”고 보도했다.
이와 함께 중국의 관영 신화(新華)통신도 6차례나 속보를 전하면서 서해상의 군사적 교전이 남북한 관계를 얼어 붙게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도쿄=신윤석특파원
y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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