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도 패자도 없었다. 모두가 승자였다. 종료휘슬이 울린 직후 한국과 터키선수들은 포옹을 하며 손을 맞잡았다. 52년 전 혈맹의 나라는 이렇게 다시 뜨거운 우정을 나눴다. 어깨동무를 한 선수들은 관중을 향해 인사를 했다.6만 관중 역시 그들과 하나가 됐다. 경기 전부터 남쪽 난간에는 ‘대구시민은 터키를 사랑한다’는 현수막이 내걸렸고 터키국가가 연주될 때 대형 터키국기를 펼쳐 보였던 붉은악마들은 양손에 태극기와 터키국기를 흔들며 ‘대~한민국’과 ‘터키’를 환호했다. 그 고마움에 터키선수도, 감독도 태극기와 손을 흔들며 답례했다. 월드컵이 단순한 승부의 세계가 아닌 화합과 우정의 축제임을 세계에 알리는 한국민의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3,4위 메달을 나란히 목에 건 선수들과 관중은 이별이 아쉬워 그라운드를 떠날 줄 몰랐다. 후반 48분 송종국의 골이 전세를 뒤집지는 못했지만 그것으로 충분했다. 어차피 2_3 이란 결과보다는 혈맹으로서 두 나라가 이번 월드컵에서 나란히 이룩한 ‘4강 신화’의 실체를 보여주는 멋진 경기가 목적이었으니까.
23명의 태극전사는 헹가래로 한국축구의 역사를 새롭게 쓰도록 해준 히딩크 감독에게 고마움을 표시했고 그라운드에서 큰 절을 올리는 것으로 그동안 12번째 전사로 함께 싸워준 국민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후배들은 관중의 호명에 따라 이번 월드컵을 끝으로 태극마크를 떼는 맏형 황선홍과 주장인 홍명보에게도 헹가래로 사랑을 갚았다. 아쉬움과 고마움의 눈물을 흘리는 관중에게 밝은 웃음으로 작별인사를 한 황선홍의 손을 잡아주는 히딩크 감독.
2002년 6월 한달 한반도를 붉은 물결로 물들였던 한국팀의 고별경기는 이렇게 아름다운 감동과 작별 속에 막을 내렸다.
김정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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