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전사’와 ‘투르크전사’간의 월드컵 3,4위전이 벌어진 29일. 마지막 붉은 물결이 전국을 휘감으면서 월드컵 축제의 종막을 장엄하게 장식했다. 이날 길거리 응원단의 얼굴 마다에는 마지막 축제에 대한 아쉬움과 서해 교전 소식으로 당혹감 등이 뒤섞였지만 “세계인의 주목을 받아온 붉은 축제의 장을 성숙하게 마무리하자”며 어느 때보다 열렬하게 ‘대~한민국’ ‘오! 필승 코리아’를 외쳤다.▼마지막까지 성숙한 붉은 물결
이날 서울시청 앞 광장과 광화문 등 전국 곳곳의 길거리 응원장에는 마지막으로 길거리 응원전을 즐기려는 붉은 인파들이 오전부터 속속 모여들었다. 서해교전 소식이 전해진 탓인지 집결 속도는 이전보다 더뎠지만 저마다 붉은 옷을 차려입은 시민들은 “월드컵 주최국으로서 유종의 미를 거두자”며 연인원 2,000여만명이 누볐던 길거리를 다시 붉게 물들였다.
오전 TV뉴스 속보를 통해 서해교전 소식을 들었다는 대학생 안성탁(安聖卓ㆍ21)씨는 “월드컵 내내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아온 길거리 응원인 만큼 마지막까지 성숙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에 친구들과 예정대로 시청 앞 광장을 찾았다”고 말했다. 회사원 정세환(鄭世煥ㆍ34)씨는 “뜻밖의 남북간 교전소식에 당혹스럽고 불안한 것도 사실이지만 우리가 한달동안 벌여왔던 축제를 잘 마무리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목소리 높여 ‘대~한민국’을 외쳤다.
주부 김지순(金枝順ㆍ38)씨는 “한달내 가슴을 뛰게 했던 월드컵이 끝난다고 생각하니 아쉽기만 하다”며 “하지만 그동안 보여준 하나된 국민의 힘을 이제 다른 분야로 승화시켜 나갔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이날 전국 거리 308곳의 거리응원장에는 400만여명의 응원인파가 집결, 마지막 붉은 축제의 마당을 차분하면서도 장엄하게 장식했다.
▼혈맹과 함께 한 축제의 장
이날은 특히 한국전쟁 때 여단급 병력을 파견, 우리를 도왔던 혈맹(血盟) 터키와의 경기여서 길거리 응원전에 나선 시민들은 승부보다는 양팀 모두를 격려하는 화합의 박수를 앞 세웠다. 손에 손에 태극기와 터키국기를 나란히 든 시민들이 많았고, 경기 시작 전 터키 선수들이 소개될 때에는 환호성과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서울시청앞 광장 등에서는 터키 서포터스와 ‘터키를 응원하는 모임’ 회원 등이 주도가 돼 “투르크에 투르크(터키 파이팅)” 구호가 울려 퍼졌고 주변의 시민들이 따라하기도 했다. 이날 대구 월드컵 경기장에도 대구시가 나눠주는 터키 국기 5,000여장을 받아든 관중들이 태극기와 함께 흔들며 화합과 우애의 응원전을 펼쳤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이진희기자
rive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