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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NLL침범 서해교전 / 전사자 4인 사연들 "딸 백일상이 마지막 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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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NLL침범 서해교전 / 전사자 4인 사연들 "딸 백일상이 마지막 식사…"

입력
2002.06.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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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후에 생일상 차려주겠다더니….” “금방 다녀오겠다고 나가더니 이렇게 떠나느냐.”29일 밤 서해교전에서 꽃다운 청춘을 조국의 영해(嶺海)에 바친 20대 젊은이 4명의 합동분향소가 차려진 경기 성남시 분당 국군수도병원. 급작스런 비보를 접한 유가족들은 젊음을 채 피워보지도 못한 싸늘한 주검 앞에서 실신하고 오열했다.

침몰된 아군 고속정 정장(艇長) 윤영하(尹永夏ㆍ28)대위는 예비역 해군대위 윤두호(해사 18기)씨의 장남으로 아버지의 길을 따라 1996년 해사 50기로 임관했다.

윤 대위 가족은 동생 영민(25)씨도 2년전까지 수병으로 복무한 해군가족이다. 윤 대위는 중학교 때까지 영국에서 공부를 해 동시통역을 할 정도로 영어에 능통했고 수영과 테니스가 수준급인 만능 스포츠 맨.

사관학교 졸업 후 이날 4번째 함정근무를 한 윤 대위는 전형적인 덕장 스타일로 부하들이 친형처럼 따랐다. 어머니 황덕희(58)씨는 “월드컵 한-포르투갈전을 앞두고 방송 뉴스에 출연, ‘서해전선에서 철통경비를 서고 있다’고 당당히 말하던 모습이 마지막이었다”며 영정을 붙잡고 “월드컵이 끝나면 휴가 나올줄 알았는데…”라고 통곡했다

윤대위와 함께 전사한 병기사 조천형(趙天衡ㆍ26) 하사는 대전대 1년때 사병으로 입대했다가 제대한 뒤 “학비가 부담된다”며 하사관을 자원했다.

조 하사는 지난해 11월 결혼했으나 연이은 작전으로 부인과 떨어져 지낸 날이 많았다. 부인 강정순씨는 “22일 딸 희은이의 백일상을 차려 함께 한 식사가 마지막일 줄 몰랐다” 며 통곡했다.

어머니 임형순(56)씨는 “이놈, 엄마 두고 어디 갔어”라고 오열하다 실신, 응급실로 옮겨지기도 했다.

내연사 서후원(徐厚源ㆍ22)하사는 지난해 2월 대구기능대를 졸업한 뒤 7월 입대했다. 2남 1녀중 장남인 서 하사는 지난 18일 “열흘 정도 훈련 나갈 예정인데 걱정하지 말라”는 마지막 목소리를 가족들에게 남기고 홀연히 떠났다.

서 하사는 단기 복무 기간이 끝나면 장기복무로 전환, 직업 군인의 길을 선택하려고 했으나 안타깝게도 이날 전사했다.

병기사 황도현(黃道顯ㆍ22)하사는 숭실대 기계공학과 2학년에 다니다 입대했다. 어머니 백공숙(54)씨는 “도현이는 2학년때 돈벌어 학교 다니겠다고 군에 입대했다”며 “월급도 꼬박꼬박 보내준 효자였다”고 말했다.

백씨는 “월드컵 이탈리아전 때 서울 시내 카페에서 경기 보고 귀대하면서 ‘7월15일에 다시 나와 어머니 생신상을 차려드리겠다’고 했는데···”라며 혼절했다.

황 하사는 대학 때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접시닦이와 공사장 인부 일을 하면서도 고아원 등을 찾아 봉사활동을 해온 인정많은 젊은이였다.

실종된 한상국(韓相國ㆍ27) 중사의 가족들은 군 관계자들을 붙잡고 생사를 물으며 발을 동동 굴렀다.

한편 이날 밤 11시20분께 김동신(金東信) 국방장관이 분향소를 방문, 전사자들의 명복을 빌었다. 김 장관은 유족들이 “이러려고 남의 귀한 집 아이를 데려 갔느냐”며 오열하는 바람에 10분만에 분향소를 떠났다.

해군은 전사자들을 일계급씩 특진 추서했으며 영결식은 1일 해군장으로 거행된다.

최기수기자

mount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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