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누피는 1950년 10월 2일 만화가 찰스 M. 슐츠(1922~2000)가 연재 만화 ‘피너츠’에서 처음 선보였다.‘피너츠’의 매력은 ‘곰돌이 푸’ 처럼 동물이 주연, 사람이 조연을 맡았다는 점이다.
스누피의 주인은 샐리 브라운으로 찰리 브라운의 여동생. 1965년 스누피의 비서이자 친구인 우드스톡이 태어나면서 스누피는 좀 더 활기찬 인생을 살게 됐다.
주로 자신의 집 지붕에 누워 있거나 선글라스를 쓰고 변장하기를 즐기는 스누피는 온갖 재롱을 부리는 것으로 존재 가치를 인식시켜야 하는 애완견과는 분명 지위가 다르다.
그는 때로 사람들에게 야유를 보내고, 냉철하게 상황을 판단한다. 그래서 페퍼민트 패티는 스누피를 사람으로 생각할 만큼 아이들과 스누피 사이에는 종(種)의 차이가 존재하지 않는다.
찰리 브라운과 그의 친구들의 다양한 캐릭터는 일면 단조로운 스누피 캐릭터의 한계를 확장하는 요인.
자기가 별볼일 없는 남자라고 생각하는 찰리 브라운, 똑바로 날지 못하는 새이자 새라는 사실조차 자주 잊어버리는 스누피의 비서이자 친구인 우드스톡, 짝사랑의 아픔을 겪고 있는 성숙한 소녀 샐리, 수다쟁이 루시 등 다양한 캐릭터는 횟수를 늘리며 이야기전개의 한계에 부딪친 작가에게는 필연적 선택.
스누피의 친구들은 때로 너무 조숙하며 동시에 너무 미숙하다. 꼬마 철학자이지만 아기처럼 담요를 끌고 다니고 손가락을 빠는 라이너스, 구약성서를 인용해 노련하게 대화를 이끌어 가는 흑인 소년 프랭클린, 명석하면서도 성격은 매우 단순한 마시는 스누피 만화의 캐릭터들의 충돌적인 이미지를 가장 잘 구현한 캐릭터.
그러나 똑똑한 개와 독특한 아이들이 만들어내는 웃음은 우리의 정서와는 꽤 거리가 멀다.
그래서 1980년대 초반부터 우리나라에 선보여 필통 우산 연필 등에 새겨진 캐릭터는 매우 익숙하지만 그저 수많은 캐릭터 중의 하나일 뿐 ‘문화’가 되지 못하고 있다.
미국에서 흥행한 동물 영화가 우리나라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박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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