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금융악재로 월드컵 열기에 뒤덮혀 있던 우리 경제에 적신호 켜지고 있다.26일 서울 주식시장은 폭락세를 보이며 종합주가지수가 연중최저치였던 708.4(1월18일)를 위협했고, 전세계에 걸친 달러 불신이 증폭되면서 원ㆍ달러 환율도 연중 최저치(원화 강세)를 또다시 경신했다.
갈 곳을 잃은 시중자금이 안전자산을 찾아 국고채 시장으로 몰리면서 주가ㆍ환율과 함께 시중금리도 급락(채권 가격 상승)하는 ‘트리플 약세’가 심화하고 있다.
특히 이날 6월 수출증가율이 1%선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면서 국내외 금융불안의 여파가 국내 실물경기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
■미국발 악재들
국내 금융시장 불안의 중심지는 증시이고, 증시 요동의 진앙지는 미국이다. 미국 경기회복 지연에 따른 금융 불안감이 1차적으로 뉴욕 증시와 외환시장을 때리고, 그 여파가 태평양을 건너 서울 시장을 강타하는 식이다.
하지만 정작 미국경제는 실물과 금융에 걸쳐 당분간 호재가 나오기 어렵다는 것이 대부분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우선 미국 실물경제 회복의 견인차인 소비가 현지 증시 침체에 따른 자산가치 하락과 맞물리며 1분기 이후 뚜렷한 둔화조짐을 나타내고 있다.
25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의 대표적 소비심리지표인 컨퍼런스보드의 6월 소비자신뢰지수는 전월(110.3)을 크게 밑도는 106.4를 기록, 지난 2월 95.0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국 경제회복의 견인차인 소비 둔화와 함께 뉴욕 증시를 짓누르고 있는 악재는 1분기에만 1,125억달러를 기록한 대규모 경상수지 적자와 월드컴 회계부정 소식으로 더해진 미국 기업의 회계 불투명성.
전문가들은 “이 같은 요소들이 국제 투자자금의 미국 유입을 저해하면서 월스트리트 주가를 끝없이 끌어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주가ㆍ환율ㆍ금리 불안
미국 발 악재로 이날 서울 증시는 패닉 수준의 급락세를 보였지만, 증시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미국 시장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증시 추가 하락은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6월 수출증가율의 급감 전망에 따라 금융시장 불안이 기업의 투자심리 및 수출전망 위축, 소비 둔화 등의 메커니즘을 통해 실물경제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높다.
LG투자증권 황창중 투자전략팀장은 “향후 펀더멘털은 수출 회복이 관건인데 지금 상황으로는 이마저도 우려감이 높아지고 있다”며 “미국증시 급락으로 이 같은 우려감이 증폭 돼 거의 모든 종목에 걸쳐 투매가 일어났다”고 말했다.
1,210원선 이하로 급락한 원ㆍ달러 환율 역시 근본적으로는 미국 경제에 대한 기대가 되살아나지 않는 한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종규 금융연구원 경제동향 연구위원은 “정부 개입은 하락 속도를 조절하는 정도에 그칠 것”이라며 “이제 향후 2~3년에 걸친 달러 하락세에 대비해야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정부대책 및 전망
정부는 27일로 앞당긴 금융정책협의회에서 증시와 외환시장 안정대책을 강구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와 관련, 26일 오후부터 금융기관의 최고재무담당자(CFO)들을 소집, 채권 매수ㆍ주식 매도 포지션의 변경 가능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불안 요인이 외부에 있는 만큼 당장 명쾌한 해결책이 나오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국내 펀더멘털이 견조한 만큼 시장도 냉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장인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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