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히딩크 사단이 월드컵에서 제대로 성적을 내지 못할 경우 히딩크가 이뤄놓은 여러 업적들까지 싸잡아 매도당할 게 가장 큰 걱정이다.” 한국 축구대표팀의 한 관계자는 한일월드컵이 시작되기 전 이같은 걱정을 토로했다.축구선진국 수준의 지원체제가 과거로 회귀한 채 무조건 성적만 내라는 식의 무모한 요구가 다시 판 칠지 모른다는 우려였다.
거스 히딩크 감독은 한국 축구문화는 물론 대표팀 환경에도 발전적인 변화를 몰고 왔다. 가장 눈에 확 띄는 차이는 매머드급 지원부대. 히딩크 감독은 예전 한국인 감독들에 비해 특별대우를 받았다고 할 정도로 많은 참모진의 보좌를 받았다.
히딩크 감독은 네덜란드에서 직접 데려 온 핌 베어벡과 한국인 3명 등 4명의 코치를 거느렸다. 또 그가 사령탑에 오른 뒤 언론담당관, 기술분석관, 비디오분석가, 체력담당 트레이너, 상설 주치의 등 대표팀에 새로 생긴 직책도 한 두개가 아니다. 코치 3명, 의료진 2명, 행정직원 2명이 고작이던 과거의 대표팀 모습과는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다.
네덜란드인 얀 룰프스가 맡고 있는 기술분석관은 역할이 애매모호해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을 정도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한국의 4강 신화 창조에는 막강한 스태프의 탄탄한 지원이 큰 몫을 했다는 데 이의를 다는 사람은 거의 없다.
대표팀 스태프 전원이 월드컵 4강 진출 신화의 산파였지만, 신생 직책을 맡은 스태프들은 남다른 주목을 받았다. 한국축구에 과학적이고 재미있는 체력 훈련법을 이식한 레이몬드 베르하이옌 체력담당 트레이너는 스포츠생리학자로 네덜란드 왕립체력센터의 연구원 출신이다.
대표팀은 올해 초 처음으로 전담 주치의 제도를 도입했다. 그 첫번째 임무를 맡은 인물이 김현철 박사. 족부정형외과 전문의인 그는 조선대 의대 교수직 대신 대표팀 주치의를 택한 뒤 새로운 체력회복 프로그램 도입 등을 통해 선수관리에 새장을 열었다.
이란계 미국인 아프신 고트비 비디오분석가의 역할도 컸다. 고트비 분석가는 첨단 장비로 한국은 물론 상대국 전력을 다각도로 분석해 선수들과 코칭스태프에 제공했다. 그가 만들어낸 고급정보는 코칭스태프에게는 물론 선수들에게도 큰 도움이 됐다. 고트비는 대한축구협회 기획실 직원 신승순(30)씨에게 분석의 노하우를 전수하기도 했다.
김정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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