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뉴욕증시 끝없는 추락 / 美증시 실적·평가·신뢰 '3重苦'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뉴욕증시 끝없는 추락 / 美증시 실적·평가·신뢰 '3重苦'

입력
2002.06.27 00:00
0 0

‘간밤 뉴욕 증시, 어땠나요?“한국 증시가 또다시 미국 증시와의 동조화 사슬에 묶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미 증시 차별화(decoupling)가 화두였으나, 그것은 미국의 힘을 과소평가한 ‘초여름밤의 꿈’이었던 셈이다.

일각에서는 여전히 경기 전망과 국내기업의 실적을 근거로 대세상승 기대감을 놓지않고, 9ㆍ11 테러 직후 수준으로 되돌아간 뉴욕 증시가 실적ㆍ평가ㆍ신뢰의 3중고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서울 증시도 활력을 찾기 쉽지않을 전망이다.

◈ 뉴욕증시의 먹구름

9ㆍ11 테러와 같은 화염과 굉음은 없었지만 뉴욕 증시는 지금 무역센터빌딩의 잔해를 헤집던 충격에 다시 젖어들고 있다.

다우지수 1만선이 붕괴(5월28일)된 채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고, IT 불황의 직격탄을 맞은 나스닥지수는 이미 지난 해 저점 수준이다.

나스닥지수는 25일(미국시간) 1,423.99을 기록, 연초 대비 27% 하락하며 9ㆍ11 테러 직후 최저치(1,423.19)와 등고선에 놓였다.

미국 시가총액 상위 500대 기업이 망라돼 뉴욕증시의 상징지수로 꼽혀온 S&P500 역시 9ㆍ11 이후 9개월여 만인 지난 주말 1000선이 붕괴됐다.

1998년 2월2일(1001.27) 네자릿수 시대를 연 이후 S&P500 1000선이 무너진 것은 98년(러시아 외환위기등)과 지난 해 등 단 2차례 뿐이다. 9ㆍ11 테러 때에도 9월20일(984.54)과 21일(965.80) 이틀만 세자릿수에 머물렀던 만큼 최근의 하락폭은 충격적이다.

S&P500지수는 9ㆍ11 저점때보다는 1% 높지만 연초 대비 15%나 빠져 70년 이후 반기 낙폭으론 최대치를 기록했다.

◈ 더블 딥 불안 점증

1분기 미국 GDP가 기업들의 재고조정 등에 힘입어 5.6% 성장했지만 경기회복의 디딤돌인 설비투자 여건은 이와 동떨어진다.

우선 기업 유휴설비가 문제다. 5월 현재 미국 제조업 설비가동률은 75%선으로 최근 10년간의 평균 가동률인 81.9%에 훨씬 못미친다.

경기의 키워드인 IT산업의 설비가동률(64%)은 10년 평균치(81.2%)보다 17.2%포인트나 저조한 실정이다.

설비를 사들일 돈도 없다. 미국 기업이익 수정비율(EPS 상향 수정기업 비중)은 지난 달 3.3%에서 최근(6월21일) 조사에서는 3.0%로 떨어졌다. 퍼스트콜의 실적 전망도 지난 달 말 이후 급격히 하향조정세를 타고 있다.

미 경제 성장의 한 축이었던 소비마저 위축기미를 보이는 마당에 투자에 나설 기업이 있겠느냐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경상수지 적자폭 확대에다 최악의 무역적자, 주가ㆍ달러ㆍ채권의 트리플 약세까지 겹쳐 미국발 금융대란 위기감마저 감돌고 있다. 급기야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인상 유보를 시사하고 있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 고평가부담에 신뢰까지 바닥

신통치 못한 중간실적은 주가 고평가 논란을 더욱 가열시키고 있다. 이미 IBM 인텔 노키아 루슨트 애플 AMD 등 주요 IT업종 대표기업들은 2분기 실적부진과 불투명한 하반기 전망을 잇따라 밝힌데다, 주가의 생명인 이익성장 모멘텀이 둔화돼 적정 조정폭을 가늠하기 힘들게 하고 있다.

즉 주가에는 이익성장 전망치(PEG)가 내포돼 있기 때문에 실적 감소보다 주가가 더 빠졌다고 낙폭과다라고 규정하기 어렵다.

기업들의 회계조작과 이에 따른 시장의 불신도 여전하다. 지난 해 12월 엔론을 시발로, 아더앤더슨, 제록스, 글로벌크로싱, K마트, PG&E, 타이코인터내셔널 등으로 이어져 온 거대 기업들의 스캔들은 월드컴으로까지 비화, 투자자들로 하여금 쇼윈도 속의 상품을 눈으로 보고도 못 믿게 만들고 있다.

현대증권 오현석 수석연구원은 “우려스러운 것은 이 같은 문제들이 일시적ㆍ기술적 요인이 아니라 펀더멘털과 관련된 이슈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 극단론적 접근은 경계해야

하지만 미국 경기의 ‘더블 딥’을 기정사실화 하거나 한ㆍ미 주가의 완전 동조화를 염두에 둔 극단적인 접근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월가에서도 비관론과 낙관론이 교차하고 있고 낙관론의 근거로 아직 ‘공황성(패닉성)’ 불안이 없다는 점, 즉 중복 악재로 매수가 줄었을 뿐 대규모 매도는 없었다는 사실이 지적되고 있다.

상반기 마지막 주를 시작한 24일 뉴욕 증시는 펀드들의 반기실적 ‘윈도드레싱(실적 나쁜 종목을 팔고, 좋은 종목을 편입)’ 수요와 낙폭과대에 따른 반발매수세가 유입되며 반등하기도 했다.

LG투자증권 강현철 연구원은 “미국 2분기 경제성장률이나 기업 실적이 저조하더라도 3분기 이후 실적은 2분기보다 나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라며 “당장 경기침체를 가정하고 주식을 팔고 나갈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2분기 실적의 부정적인 경고와 긍정적인 실적 전망 비율이 1.1 대 1로 전년 동기의 3.7 대 1에 비해 크게 향상됐으며, 상황을 어렵게 만든 건 기업 실적 자체보다 지나치게 낙관했던 투자자들의 기대수준이었다는 분석도 있다.

우리 증시와 관련 강 연구원은 “우리 기업들의 경기 사이클은 2분기 이후 완연한 회복국면으로 접어들었고, 과거보다는 해외 충격에 대한 저항력(기초체력)이 강화된 상태”라는 점을 강조했다.

현대 오 연구원도 미국증시와의 차별화는 아니더라도 ‘차별적 우위’는 가능하다고 말했다.

수출이 하반기 성장동인으로 자리잡기 까지 불확실한 영역이 있고, 우리 기업의 이익 수정비율 역시 지난 달 15%대에서 지난 주말 6.4%로 낮아졌지만 아직은 실물 경기가 정상궤도에서 순항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