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축구사에 이런 혁명은 없었다.1966년 잉글랜드월드컵의 북한, 90년 이탈리아월드컵의 카메룬이 돌풍의 팀으로 불렸지만 그동안 본선에서 1승도 못 올린 나라가 단번에 4강 고지를 밟은 경우는 한국이 처음이다.
그것도 단 17개월만에 일군 값진 결실이다. 거스 히딩크 감독의 지도력과 한국선수들의 잠재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기적이다. 한일월드컵의 가장 큰 소득은 바로 여기에 있다.
한국축구는 한일월드컵을 통해 세계 정상권에 섰을 뿐만 아니라 그런 위상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잠재력을 발견한 것이다.
축구황제 펠레나 세자르 메노티(78년 월드컵서 우승한 아르헨티나 감독) 같은 전문가도 “한국축구가 4강에 오를 자격이 있다” “수비가 대세를 이루는 현대축구에서 한국은 모험적이고 공격적인 축구를 보여주었다”고 극찬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이 4년 뒤 독일월드컵에서도 정상권에 설 수 있을까. 긍정적으로 답변하는 국내 전문가는 거의 없다.
오히려 이번 월드컵의 선전으로 높아진 국민적 기대수준을 충족시키기 어려워짐으로써 대표팀이 일시적인 위기와 혼란을 맞게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따라서 축구발전을 위한 획기적인 개혁과 지원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한국축구는 2002년의 영광 한번으로 끝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전문가들은 ▦지도자 육성 ▦유ㆍ청소년축구의 저변확대 및 인프라 구축▦대표축구에만 의존하는 행정 ▦프로축구의 자생력 부족 등을 한국축구의 문제점으로 꼽는다.
특히 일본과 달리 통일된 지도이론의 부재로 지도자들의 일관되지 않은 교육시스템이 한국축구를 병들게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허정무(許丁戊) 전축구대표팀 감독은 “한일월드컵은 한국축구가 어떻게 세계정상에 설 수 있는지 발견한 기회였다”며 “그러나 단 한번의 만족에 그친다면 한국축구는 오히려 후퇴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또 “히딩크 감독의 지도론의 효과가 입증된 만큼 통일되고 체계적인 지도자 육성을 통해 히딩크의 지도방법을 널리 전파해야 한다”며 “축구발전위원회 같은 기구를 설립해서라도 지도자 육성을 전폭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승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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