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세계문학사의 전개'출간 조동일 교수 "미래지향 문학은 제3세계서 나와"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세계문학사의 전개'출간 조동일 교수 "미래지향 문학은 제3세계서 나와"

입력
2002.06.27 00:00
0 0

“등산으로 말하자면 정상에 오른 셈입니다. 이제 내려가는 길만 남았습니다.”조동일(趙東一ㆍ62) 서울대 국문학과 교수가 세계문학사를 자신만의 일관된 체계에서 서술한 ‘세계문학사의 전개’(지식산업사 발행)를 출간했다.

한국문학사 연구에 큰 획을 그은 그의 ‘한국문학통사’(전6권) 첫 권이 1982년에 나왔으니, 한국문학사에 대한 개별적 연구 방법론을 세계문학사라는 보편적 연구대상까지 적용하는 데 꼬박 20년이 걸린 셈이다.

그가 세계문학사에 대한 독자적이고도 보편적 원리를 세우려 한 작업은 96년 첫 출간한 ‘세계문학사의 허실’이후 ‘소설의 사회사 비교론’(전3권ㆍ2001년)까지 9종 11권의 저서에 담겼다.

‘세계문학사의 전개’는 그 완결편이다. 이 책에서 그는 서구중심주의를 극복하고 제3세계적 시각에서 새로운 세계문학사 서술의 방법론을 종합해 제시하고 있다.

조 교수는 ‘한국문학통사’에서 구비문학과 공동문어문학인 한문학까지 한국문학사의 범주에 포함시키고 ‘중세와 근대의 이행기’라는 독자적 시대 구분을 학계에 내놓았었다.

그는 이 방법론을 세계문학사에 확대 적용시켰다.

한문, 산스크리트어, 아랍어, 라틴어 등 문명권 전체의 공동문어문학이 민족어문학과 공존하는 시기를 중세, 민중의식의 성장으로 구비문학의 재창조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시기를 중세에서 근대로의 이행기, 공동문어문학을 청산하고 민족어문학이 지배하는 시기를 근대로 구분할 수 있다는 것이 ‘세계문학사의 전개’의 중요한 논지다.

“아놀드 하우저의 명저인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를 봤을 때 제3세계 학자로서 경외감이 들 정도로 국내의 문학사 연구는 뒤쳐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한국문학통사’에서 얻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동아시아, 더 나아가서는 서양문학까지 포괄하는 문학사를 서술할 수 있었습니다.”

조 교수는 하우저의 책이 문학사와 사회사를 통합한 것이지만 자신의 ‘세계문학사의 전개’는 철학사까지도 결합한 책이며, 사상적 측면에서는 헤겔이나 마르크스처럼 서구 중심의 단선적 발전관을 넘어서 동양의 ‘생극론(生克論)’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앞선 것은 언젠가 뒤쳐지고, 한 문명 안에서도 선진인 부분과 후진인 부분이 공존한다는 논리다.

“선진자본주의 사회는 문학적으로 활력을 잃고 역사 창조의 사명감을 잃어버렸습니다. 반면 정치 경제적으로 어려운 제3세계에서 문학은 신화 만들기와 예언자, 역사 창조의 소임을 다하고 있습니다. 문학의 위기라는 것은 제1세계의 얘기일 뿐입니다. 근대의 모순을 넘어설 문학은 아프리카 아시아 등 제3세계에서 나올 것입니다.”

그는 영어 일어 중국어 프랑스어 독일어 이탈리아어 러시아어 등 8개 언어로 된 세계문학사 38종을 섭렵하고, 97년에는 세계문학사 서술 작업을 위해 강의와 행정 부담이 없는 교수 자리를 구한다고 공개구직 선언을 하면서 화제가 됐 정도로 연구에 매진해 왔다.

그는 “앞으로는 창의적인 연구활동보다는 지금까지 나온 세계문학사 관련 저서들의 총색인을 만들며 기존 연구 실적을 다지는 작업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