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한일월드컵에서 탈락한 나라의 언론, 감독, 선수들은 공동 각종 통계 자료를 들이대며 ‘개최국 한국에게 유리한 판정을 하는 음모론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한국과 대결한 포르투갈이 레드카드 2장, 이탈리아가 1장을 받았다는 것,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골이 무효로 처리된 것이 음모론의 증거라고 그들은 주장한다.
그러나 그들이 제시한 편파판정의 증거들은 억지다. 증거들을 한 덩어리가 아닌 하나씩 떼어서 보자. 그러면 다르게 보일 것이다.
우선 옐로카드부터 살펴보자. 포르투갈 선수 2명이 퇴장당한 것은 충분히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주앙 핀투가 박지성을 양발로 태클한 것은 이번 대회 최악의 반칙 중 하나다.
자신이 경기 중 맞았다는 이유로 상대방을 2번씩이나 때려눕힌 베투에게 옐로카드가 주어진 것도 규정에 나와있는 그대로다. 할리우드액션으로 2번째 옐로카드를 받은 토티는 불운했다.
그렇다고 그 행위 자체가 규정에 어긋나지 않다고 여기는 것은 유감이다. 송종국의 깨끗한 태클로 인한 신체접촉을 두고, 패널티킥을 요구하는 것은 통속극의 한 장면같다.
다음은 ‘도둑맞은 골’에 관한 것이다. 심판들이 서툰 결정을 한 것은 사실이다. 이탈리아의 토마시는 오프사이드 상황이 아닌 것처럼 보였고, 모리엔테스에게 센터링을 올린 스페인의 호아퀸의 볼도 아웃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 대회 최고의 골키퍼 이운재가 전혀 골을 막으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는데 ‘도둑맞았다’는 말이 맞는가.
유력한 축구사이트가 애당초 “모리엔테스의 헤딩슛이 이운재를 꼼짝 못하게 했다”라고 했다가 녹화화면을 확인하고 이 부분을 삭제한 것은 또 뭔가.
심판들의 서툰 판정으로 다른 팀이 이익을 얻는 것처럼, 한국도 그랬을 뿐이다. 그와 함께 한국도 심판 판정으로 손해를 봤다. 전반 13분동안 스페인의 로메로가 김남일에게 한 지저분한 태클 2개는 뭔가. 당연히 꺼냈어야 옐로카드가 모두 적용됐다면 분명히 심판 매수설의 증거로 인용됐을 것이다.
왜 후아퀸이 모호하게 얻은 수많은 프리킥에 대해서는 “이탈리아가 심판 판정 탓에 손해를 봤다”고 말한 제프 블라터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의 말에 이끌렸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역설적으로 한국은 국제축구연맹(FIFA)이 심판들에게 백 태클을 엄중히 보라고 압력을 행사한 프랑스대회의 첫 제물이었다. 만약 하석주가 한국의 8강전을 지켜봤다면 송종국에게 백태클을 한 로메로에게 왜 옐로카드가 주어지지 않았는지 어안이 벙벙했을 것이다.
이탈리아는 한국 선수의 얼굴을 주먹으로 2번이나 때렸는데 그냥 넘어갔다. 이것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는 퇴장감이다.
토티는 김남일을 넘어뜨리고도 옐로카드 밖에 안 받았고, 비에리는 아무런 주의를 받지 않고 김태영의 코뼈를 부러뜨리기까지 했다. 한국이 출전국 중 가장 많은 프리킥을 허용했다는 통계에도 주목해야 한다.
음모론이 활개를 치며 사람들의 넋을 빼놓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은 추락한 거인들의 책임모면 수단에 불과하며, 양말까지 벗어 던지며 열심히 뛴 한국 선수들을 헐뜯는 비겁한 짓이다.
/오은 스위니 코리아타임스 축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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