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열린 독일과의 4강전은 차범근 MBC 해설위원에게는 특별한 경기였다. 선수생활의 전성기를 분데스리가에서 보낸 차 위원에게는 경기 전 해설처럼 독일은 “제2의 조국”과 다름 없었고 장남 두리가 이번 월드컵 최초로 선발 출장했기 때문.앞선 5경기와 달리 장남 두리가 선발 출장하자 차 위원은 아들에 대한 대견함을 감추며 “후반 경험이 많은 선수들을 투입하기 위해 선발출장시킨 것 같다”며 겸손한 반응을 보였지만 경기가 시작되자 아버지가 아닌 해설자로서 따끔한 질책을 가하기 시작했다.
전반8분 차두리가 오른쪽 돌파로 이천수의 슈팅이 올리버 칸의 선방에 걸리자 “차 두리 선수가 좀더 일찍 침투해야 했다”고 질책하기 시작하더니 전반 12분께 차 두리가 오른쪽 라인에서 공을 기다리다 독일 수비수와의 몸싸움에 밀려 볼이 골라인 밖으로 나가자 차 위원의 목소리는 높아졌다.
차 위원은 “미리미리 생각하고 들어가야하지 않냐”며 “독일수비수의 시야에 들어가기전에 먼저 공간을 치고 들어가야 한다” 고 시청자가 머쓱할 정도로 고성을 질렀다.
하지만 부정(父情)은 어쩔 수 없는지 후반 7분께 차 두리가 드리블하다가 넘어지자 “독일 선수의 태클이 깊다”며 안타까워 했다.
차 위원은 경기 전날 루디 펠러 독일대표팀 감독의 부인과 만나 4강전 전망에 대해 담소를 나눈 일을 털어놓기도 했고 독일의 베스트11에 대해서 자세한 설명을 하는 등 독일축구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털어놓으며 독일통임을 과시했지만 후반 한국이 실점을 하자 매우 안타까워했다.
지루한 플레이 끝에 독일이 득점하자, 독일축구의 진수를 보여주는 것 같다는 해설자의 칭찬에도 차 위원은 “화려하지는 않고 때로는 사람을 답답하게 하지만 어쨌든 효율적으로 이긴다”고 독일 축구에 대해 칭찬만 하지 않았다.
이왕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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