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은희경(43)씨가 7월 18일 미국으로 떠난다.시애틀 워싱턴대 객원연구원으로 초청받아 1년 동안 낯선 땅에서 살아가게 된다. 그가 출국 전에 세번째 창작집 ‘상속’(문학과지성사 발행)을 내놓았다.
24일 만난 그는 “이국에서 내 작품 세계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무언가를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은씨의 작품 세계는 이미 무언가에 영향을 받기 시작한 것 같다. 중ㆍ단편 7편을 묶으면서 “이제, 보인다”고 말했다.
“이전까지는 내 재능이 밀어주는 대로 썼다. 새 창작집에 실린 작품들은 다르다. 나는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할지 알게 됐다.”
표제작은 그가 지난해 아버지의 죽음을 겪으면서 쓴 중편이다.
암으로 죽어가는 남자와 그를 둘러싼 가족의 미묘한 심리를 그린 이 소설이 작가에게는 “가장 힘들게 쓴 작품”이었다.
자신의 감정을 철저하게 소설과 떼어놓는 것을 창작의 규칙으로 삼고 있는 은씨지만, 그가 자꾸 작품과 겹쳐지는 아버지의 죽음 때문에 규칙을 지키는 것이 쉽지 않았다.
“많이 울었다. 힘들었다. 그런데 글쓰기란 참 이상한 힘이 있더라. 하염없는 슬픔이, 좋은 글을 만들어야겠다는 독한 마음으로 바뀌었다.”
그의 무기로 꼽히는 삶에 대한 냉소는 좀 더 날이 섰다. 친구의 딸기를 먹어치워 딸기도둑으로 불리는 한 살인용의자 여인의 고백을 적을 때도(‘딸기도둑’), 연하의 방송기자와 연애하는 미혼모의 얘기를 풀어놓을 때도(‘내가 살았던 집’) 그가 부리는 칼날은 날카롭다.
그러나 그 칼은 독자가 슬쩍 팔을 긋고 싶을 만큼 매혹적이다. “우리 독자들은 따뜻한 것을 너무 많이 기대하는 것 같다.
삶은 언제나 긴장하면서, 객관적인 태도로 바라보아야 하는 게 아닌가.
김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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