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팀 선전에 소비위축…이달 사용액 10%나 급감월드컵 특수를 잔뜩 기대했던 신용카드업계가 월드컵 때문에 울상을 짓고 있다. 한국팀의 예상 밖 선전으로 국민적 응원열기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소비활동이 위축, 6월 들어 카드 사용액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25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비씨ㆍLGㆍ삼성ㆍ국민 등 주요 카드사들의 매출이 이달 들어 5월 같은 기간보다 평균 10% 가량 줄어들었다. 월드컵 응원 열기로 백화점이나 할인점, 홈쇼핑, 유흥주점 등의 이용고객이 급감한 결과다.
통상 6월의 카드 사용액은 가족 단위 행사가 많은 가정의 달 5월에 비해 다소 줄어드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매출액이 10%(업체별로 5,000억~6,000억원)나 감소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비씨카드의 자체 조사결과 한국팀의 경기가 열리는 시간에는 신용카드 사용이 평소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폴란드전이 열린 4일(화요일) 저녁 8시부터 11시까지 3시간 동안 비씨카드 신용판매 이용건수는 11만5,000여건으로 월드컵 직전인 5월 28일(화) 같은 시간대 26만건보다 57%나 줄어들었다. 이용금액도 90억원으로 5월 28일의 222억원보다 132억원이나 감소했다.
이탈리아와의 16강전이 열린 18일(화)에는 신용판매 실적이 6만7,000건, 47억원으로 월드컵 이전의 4분의 1내지 5분의 1수준으로 급감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팀이 당초 예상과 달리 16강 진출은 물론 우승까지 넘보며 꼬박 한달 가까이 경기를 벌여 국민의 응원열기가 갈수록 더해가면서 대부분의 카드업체들이 비슷한 수준의 매출감소에 시달리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규제로 가뜩이나 카드사용이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 대부분의 고객들이 소비를 미루고 축구에만 관심을 쏟는 바람에 매출이 감소하고 있다”며 “세계를 놀라게 한 한국 선수들의 불꽃 투혼을 지켜보며 그나마 큰 위안을 삼고 있다”고 말했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취업정보사이트 방문 '뚝'…기업체 채용광고도 줄어
구직자들마저 월드컵 열기에 휩쓸려 취업활동을 미루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취업정보사이트 잡이스(www.jobis.co.kr)에 따르면 지난달 이 사이트를 방문한 구직자수는 하루 평균 6만8,000여명에 달했으나 6월에는 5만1,000여명으로 34% 감소했다.
사이트에 온라인 입사원서를 등록하는 회원은 하루 평균 2,334명에서 1,788명으로 30%이상 줄었으며 기업들이 등록하는 신규채용 공고수는 2,300여건에서 1,900여건으로 크게 감소했다.
특히 우리나라 월드컵 대표팀이 승리를 거듭할수록 구직활동 중단현상도 두드러졌다. 폴란드전이 열린 4일 이 사이트의 방문자는 6만명이었으나 10일 미국전 5만3,000명, 14일 포르투갈전 5만명에 이어 22일 스페인전 3만3,000명으로 급감했다.
또 ‘이번 월드컵이 구인ㆍ구직에 도움이 되었습니까?’라는 설문에는 구직자(561명)의 89%, 구인기업(272개)의 73%가 ‘그렇지 않다’고 대답했다.
유수훈 사장은 “한국팀의 돌풍으로 상반기 취업 성수기인 6월이 한가해졌다”며 “월드컵 기간 채용실적이 부진한 기업들이 폐막식 이후 본격적인 채용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월드컵 개막 직전 스카우트(www.scout.co.kr)가 구직자 1,54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23.7%가 ‘월드컵 경기관람을 위해 구직활동을 잠시 중단할 것’이라고 답했으며 ‘한국팀 경기와 면접시간이 겹친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물음에 28.1%가 ‘면접을 포기할 것’이라고 답했다.
/김태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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