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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읽기 / MBC 특집극 '순수청년 박종철' - 잊고살던 사회의식 되돌아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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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읽기 / MBC 특집극 '순수청년 박종철' - 잊고살던 사회의식 되돌아보게…

입력
2002.06.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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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1월13일 치안본부 대공분실에서 물고문으로 숨진 박종철(당시 22세)씨. 그의 죽음은 6월 민주항쟁의 도화선이 됐고, 이 사건은 소위 386세대의 유대감을 형성하는 원천이었다.MBC TV가 24일 방송한 특집극 ‘순수청년 박종철’(극본 노연재ㆍ여정미, 연출 이정표)은 사회적 파장이 컸던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을 드라마화한 것.

이야기는 두 축으로 전개됐다. 1987년1월 박종철의 죽음 이후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과 1983년 대학에 입학한 박종철이 부조리한 사회에 저항하는 투사로 변해가는 대학생활이 교차적으로 펼쳐졌다.

무게중심을 고문치사사건보다는 박종철이라는 인간 자체에 두었다. 친구 석호의 시각에서 들여다본 박종철은 투사라기보다는 정말 순박하고 흠잡을 데 없는 청년이다.

그가 살아간 곳이 80년대 한국이었을 뿐이다. 시위에 가담했다는 이유만으로 경찰에 몰매맞는 동료의 모습에 분노하고, 발가락이 드러날 정도로 낡은 운동화를 신은 선배에게 연민을 느끼며 자신의 멀쩡한 운동화를 벗어주고, 첫사랑의 설렘도 느끼는 지극히 평범한 청년이다.

최동성(서울대 경제학부1학년)이라는 아마추어 연기자를 기용한 것도 순박함을 강조하는 데 한몫한다.

관련 인물들이 아직도 생존하고 있기 때문에 가해자와 피해자가 분명한 사건이지만, 가해자에 대한 비판은 조심스럽다.

고문 경찰관 및 경찰 관계자의 개인 신분에 대한 노출은 피하고, 그들의 말 한마디나 행동에 대한 묘사도 가능한한 줄였다.

‘순수청년 박종철’은 한국현대사의 흐름을 바꾼 사건을 다루면서도 다큐형식의 도입은 아예 배제했다.

이 드라마는 누가 옳고 그르냐에 대한 판단이나 그 사건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지 않는다. 사회를 비판하라고 선동하지도 않는다.

박종철은 15년전과는 다른 의미를 지니게 됐다. 새롭게 사회의식을 가지라고 요구하지는 않지만 그런 의식을 지녔던 때를 되돌아보게는 한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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