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결승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4강의 위엄을 이룬 사실에 대한 해외 언론들의 평가는 진솔했다. 드높은 투지와 잘 짜여진 조직력, 그리고 경기에 대한 순수하고 정직한 자세외 열정 등은 지금까지 축구 강국이 보여주지 못했던 점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영국의 두 신문이 보도한 칼럼을 소개한다.●파이낸셜 타임스
한국팀에 대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은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룬 업적이다. 대회가 시작되기 전 40위에 불과했던 한국팀은 마르지 않는 능력과 에너지로 D조의 강호 폴란드 포르투갈을 완파했다.
이탈리아전에서도 한국 선수들은 상대팀보다 잘 훈련돼 있었고 집요했다. 완벽한 두 골로써 한 골을 지키는 데 급급한 이탈리아를 이겼다.
세 번의 경기에서 히딩크 감독은 뛰어난 조직력, 하늘을 찌를 듯한 팀 사기를 바탕으로 한 무시무시한 공격 축구로 유럽 강국들을 쩔쩔매게 했다.
안정환 설기현 김태영 송종국 같은 선수들은 가장 능력있는 선수임이 증명됐다. 더 중요한 것은 그들이 마음이 끌릴 만큼 순수한 자세를 가지고 경기를 했으며 유럽이나 남미팀들처럼 비아냥거리는 동작이나 겉만 번지르르한 시늉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한국이 앞의 교활한 세 팀에 의해 사기를 쳤다고 야유받는 것이 얼마나 부당한가를 보여주는 이유이다.
다채롭고 열정적이며 착한 성품의 응원도 이번 월드컵을 가장 매혹적인 대회로 만드는 데 크게 기여했다. 한국이 지구상의 축구팀 중 월드컵 4강에 들 만한 팀이라고 누구도 믿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월드컵은 한국팀이 가장 잘 조련됐으며 결의에 차고 긍정적인 팀임을 입증했다. 한국팀이 준결승에 진출한 것은 그래서 너무도 당연하다.
아시아팀 최초의 4강 진입은 모든 축구 신흥국에게 희망을, 자기만족에 빠져 거만하고 야비했던 유럽의 강대국에게는 불명예스러운 패배의 충격을 던졌다.
●인디펜던트
이번 월드컵의 우승컵은 정직과 열정과 선의로 사심 없는 축구를 해 낸 팀이 받는 게 마땅하다. 그 팀은 바로 한국이다. 월드컵은 새로운 피를 수혈받아야 할 때이며 새로운 가치를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다.
한국 대표팀은 단지 흉내가 아니라 모험심과 용기, 경기 내내 뛸 수 있다는 의지를 보여주었다. 그것이야말로 축구의 근본이다.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아르헨티나 등 무너져버린 세계 축구 강국들은 준결승에서 한국이 독일과 싸운 의미를 되새겨봐야 한다.
그건 이변이 아니라 대단한 노력과 다섯 게임에서 보여준 실력의 산물이다. 또 히딩크 감독이 불어 넣은 1970년대식 ‘토털 사커’의 결과이기도 하다.
스타가 없는 한국 축구의 승리는 월드컵의 이미지에 아무 기여도 못한다고 불평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축구 역사에서 폐기해야 할 부분이다. 돈과 승리에만 집착하는 유럽 축구는 이번 월드컵에서는 동정감밖에 안 된다.
한국 축구는 근본적으로 공격적인데다 대충 차는 긴 볼에 틈을 주지 않는다. 그들은 능력의 절대치까지 뛰었으며 축구의 질 또한 뛰어났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