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는 공 하나만 있으면 인원과 장소에 상관없이 할 수 있는 운동이다. 그리고 팀워크가 중요시되는 운동이다. 그래서 전라도에 사는 경상도 승려, 자유분방한 사제, 규율을 중시하는 수녀의 갈등을 푸는 매개체로 축구를 설정했다.”7월초 촬영에 들어가는 ‘보리울의 여름’의 이민용(44) 감독은 “지난해말 월드컵과는 상관없이 기획된 영화인데 마침 한국팀이 4강까지 들어갔으니 그냥 ‘월드컵 영화’라는 사람들의 주장(?)을 받아 들여야겠다”며 웃는다.
‘보리울의 여름’은 서울서 시골 성당으로 부임한 사제가 이끄는 수녀원 내 보육원 아이들과, 승려가 지도하는 동네 아이들이 경쟁하다 읍내 축구부 아이들에 대항하기 위해 축구팀을 결성한다는 내용.
엄격한 수녀 역에는 5년만에 영화에 출연하는 장미희, 자유로운 신부 역에는 차인표가 캐스팅됐다.
이 감독은 “장미희씨는 대구에서 한국과 미국전을 관전했고, 인천 포르투갈전을 보려고 헬기까지 예약했다가 영화진흥위원회 회의 참석 때문에 못봤을 정도로 열광적인 축구 팬”이라며 “장씨는 어색한 억양이 희화화되지만 엄격하면서도 자애로운 원장 수녀 역할에 적격”이라고 말했다.
차인표는 운동을 좋아하는 데다 사제복이 깔끔하게 어울려 “화합 메시지를 구현하기에 적합한 캐릭터”라는 설명.
축구 영화는 ‘충무로의 운동권’인 이 감독에게는 당연한 일. 대학(숭실대 무역학과) 시절부터 운동이라면 물불을 안가렸고, 현재 회원 100명의 영화인축구단 ‘아리랑’의 단장이기도 하다.
“축구에서는 올 라운드 플레이어, 씨름에서는 발바닥 외에는 모래를 묻혀본 적이 없다”고 자랑한다.
이번 영화는 감독에게 감회가 깊다. 데뷔작 ‘개 같은 날의 오후’로 찬사를 받았던 그는 이어 모로코에서 촬영한 ‘인샬라’로 지옥으로 떨어지는 기분을 맛보았다.
“한이 맺혔다. 영화가 끝나고 영화음악을 맡았던 이광훈이 O.S.T 음반을 주었는데, 다음 작품이 성공하면 들어야지 하고 포장도 뜯지 않은 채 5년을 두었다. 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
게다가 4년간 준비해온 전쟁 영화 ‘신들의 휴일’ 등 대작이 차질을 빚으며 마음고생이 심했던 그로서 ‘보리울의 여름’은 새로운 출발이다.
시나리오는 극작가 이만희(48ㆍ동덕여대 교수)씨가 썼다.
1975년 전북 김제시 금산사로 출가했던 그는 파계 후 가톨릭 신자인 부인과 만나 세례를 받고 결혼하는 등 불교와 가톨릭, 두 종교 모두를 이해하고 있는 작가.
성당과 사찰, 초등학교가 모여있는 장소를 찾아 감독이 전국을 헤맨 끝에 낙점한 장소 역시 금산사 주변의 귀신사, 수류성당, 하율초등학교이다. 이 감독은 입이 찢어졌다.
“너무 착착 맞아 떨어져 예감이 좋다.”
박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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