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6월30일 오렌지색으로 물든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네덜란드와 이탈리아의 유럽축구선수권대회 4강전. 전반 33분 이탈리아의 수비수 참브로타의 경고누적 퇴장은 홈 어드밴티지의 서곡이었다.4분 뒤 페널티 킥을 얻어 네덜란드 주장 프랑크 데보아가 나섰지만 골키퍼의 손에 걸렸다. 후반 16분에 또 페널티 킥이 선언됐지만 네덜란드 클루이베르트는 이마저 골대를 맞췄다.
결국 스타군단 네덜란드는 비기기 작전에 나선 이탈리아에 120분 동안 골문을 열지 못하고, 승부차기서 1-3으로 무릎을 꿇었다. 석연치 않은 두 번의 페널티 킥과 퇴장에도 불구하고 유럽언론은 잡음 없이 넘어갔다. 홈 이점을 인정한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번 월드컵 공동개최국인 한국은 홈 어드밴티지는 지나친 것일까. 역대 개최국의 예외없는 16강 진출, 58년 스웨덴대회를 제외하고 개최대륙에서의 우승, 개최국 우승 6회, 2개 대회를 제외하고는 개최국 8강 진출 등은 홈 이점이 아니라면 설명할 수 없다.
종주국 잉글랜드도 66년 자국대회 우승이후 8강을 넘지 못했다. 말 많은 이탈리아도 98년 대회 8강서 프랑스의 홈 이점에 꺾였다.
역대월드컵에서는 지금은 눈뜨고 볼 수 없는 홈 이점도 적지 않았다. ‘한국에 4강 티켓을 도둑 맞았다’는 스페인은 82년 자국대회서 가장 추악한 홈 어드밴티지의 오점을 남겼다.
1차전 온두라스전서 전반부터 쓰러질 때마다 페널티 킥을 외치다, 결국 후반 페널티 킥으로 동점을 만들었고 유고와의 2차전에서는 더욱 역겨운 일을 만들어냈다.
0-1로 뒤지던 전반 유고의 페널티 지역 바깥에서 일어난 반칙으로 페널티 킥을 얻었다. 키커가 실축하자 심판은 다시 찰 것을 명령해 승부를 바꿔버렸다.
1978년 월드컵서 페루를 4점차로 이겨야만 결승진출이 가능한 개최국 아르헨티나는 페루선수를 매수, 6-0의 스코어를 만들었다.
다음 스페인 대회서 아르헨티나의 마라도나는 벨기에전에서 주먹과 발로 난도질 당했지만, 주심 휘슬은 한번도 울리지 않았다. 지금은 생각할 수 없는 추악한 홈 이점의 면면이다.
홈 어드밴티지는 관중들의 일방적인 응원과 심판의 우호적 판정, 시차적응문제 해소 등이 어우러진 결과다. 미국의 브루스 어리나 감독은 “홈 이점은 두골 정도의 가치가 있다”고 말할 정도다.
하지만 유로2000 준결승전에서 보듯이 어떠한 홈 이점도 운과 실력이 따르지 않으면 세계강호를 결코 물리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세계축구는 한국팀을 비난할 수 없다. 한국이 축구 약소국이었기 때문에 홈 어드밴티지에 대해 유럽언론이 더욱 고깝게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정진황기자/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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