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의 스페인전은 한국이 사실상 진 경기였다. 경기 내용을 엄밀히 분석해도 우리가 내세울 것은 없었다. 물론 우리 선수들의 투혼이 만든 승리였지만 운같은 보이지 않는 힘이 많이 작용했다.스페인이 잘할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한국이 잘못했기 때문이다. 항상 강조했지만 공격-미드필드-수비의 3선라인은 최대한 좁은 간격을 유지해야 한다.
그러나 김태영 홍명보 최진철 등 수비라인이 미리 후방으로 후퇴하는 바람에 미드필드 라인과의 간격이 넓어졌다.
이로 인해 스트라이커 모리엔테스(9번)와 발레론(17번)의 움직임이 자유로워졌고 한국은 위기를 많이 맞았다.
가장 좋은 활약을 펼친 호아킨(22번)과 게임메이커 바라하(8번)가 마음대로 침투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때문이다.
이것은 우리 선수들의 체력과 집중력이 현저히 저하돼 나타난 현상이다. 히딩크 감독의 말대로 우리에겐 ‘정신력’ 외에는 없었던 경기였다.
한국팀의 공격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도 바로 압박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안정환 설기현 등은 우리 수비진이 볼을 잡았을 때 앞으로 침투해야 하는데(ⓐ상황), 전진패스가 안되니까 후방으로 공을 받으러 나왔다(ⓑ상황). 따라서 빠른 공격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오히려 공을 빼앗겨 기습을 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후반 이천수 황선홍이 투입되면서 이 같은 현상은 줄었지만 미드필드에서의 수적 우위에도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은 수비-미드필드의 좁은 간격을 유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의 승리는 천운이었다.
그렇다면 독일전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할까. 독일은 콤비네이션이 없는 팀이다. 그러나 단 한번의 공격으로 골을 결정지을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
한국으로선 아주 어려운 팀이다. 특히 노이빌레(7번)를 잡지 못할 경우 많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노이빌레는 특정 포지션없이 움직이는 데다 스피드가 있어 한국 수비진이 조심해야 한다.
특히 독일은 프리킥과 코너킥 등 세트플레이에서 득점 성공률이 높은 팀이다. 몸싸움이 뛰어난 데다 클로세(11번)와 발라크(13번)는 문전 혼전상태에서도 발군의 헤딩력을 과시한다. 최진철 등이 철저히 대인마크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독일의 허점도 많다. 독일은 공격을 하다가 인터셉트를 당할 경우 상대의 빠른 역습에 속수무책이다.
특히 리베로 켈(15번)은 공격시 수비보다 한단계 더 빠르게 전진, 구멍이 생긴다. 특히 켈과 프링스(22번) 링케(2번)의 수비 가담이 늦고 커버플레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발빠른 우리 공격수들의 역습이 통할 수 있다.
한국의 플레이 스타일은 체력과 파워가 강한 독일에 약점을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이기지 못할 이유는 없다. 공은 둥그니까.
명지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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