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한일월드컵은 공동개최국 한국_독일(월드컵 3회우승), 터키_브라질(월드컵 4회 우승) 등 신흥강호_전통강호의 맞대결로 판가름나게 됐다.21세기 첫 월드컵을 차지하는 영예를 누리기 위해 치열한 두뇌게임을 준비중인 이들의 이력은 서로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어 흥미를 끈다.
한국의 거스 히딩크(56)감독과 독일 루디 펠러(42)감독은 서로 상반된 길을 걸어왔다. 히딩크 감독이 23년간 지도자 길을 걸어온 백전노장이라면 펠러 감독은 지휘봉을 받은 지 채 2년도 안되는 루키이다.
히딩크 감독은 1979년 33세의 젊은 나이에 네덜란드 PSV아인트호벤에서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86년 지휘봉을 잡은 뒤 아인트호벤을 세차례나 리그 우승으로 이끌었고 빅리그인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 진출했다.
발렌시아(91~93년)를 거쳐 98년 네덜란드 대표팀을 이끌고 월드컵 4강에 오른 뒤 레알 마드리드, 레알 베티스 등 스페인의 명문팀을 두루 거쳤다. 이에 비해 펠러 감독은 지나 96년 은퇴후 독일 프로팀에서 기술고문을 맡아오다 2000년 7월에야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았다.
선수 경력에서도 둘은 다른 길을 걸어왔다. 히딩크 감독이 대표 유니폼을 한번도 입어보지 못했던 무명 이었지만 펠러 감독은 독일 대표팀의 주전 스트라이커로 86년 멕시코 월드컵 준우승, 90년 이탈리아월드컵 우승을 이끌어 ‘영웅’으로 추앙받았다.
‘삼바 축구’를 지휘하고 있는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52)감독도 히딩크 감독처럼 선수시절엔 한번도 대표팀에 발탁되지 못했다. 그러나 지도자로서는 화려한 길을 걸어왔다. 95년 그레미우와 99년 파우메이라스를 코파 리베르타도레스컵(남미클럽선수권대회) 정상에 올려놓은 명장이다.
특히 그는 호마리우를 발탁하라는 여론과 대통령의 권유에도 받아들이지 않을 정도로 자신의 생각을 관철시키는 뚝심의 사나이로 유명하다.
그와 맞설 터키 셰놀 귀네슈(50)감독은 골키퍼출신으로 드물게 지도자로 성공한 캐이스. 선수생활 첫 12년을 아마추어 클럽에서 골키퍼로 활약했다. 이후 프로팀 트라브스존스포르에 입단, 리그 선수권대회(6회)와 터키컵(5회) 우승을 거머쥐었다. 88년 감독으로 데뷔, 5개팀을 옮겨다니며 5차례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대회 대표적인 지장으로 통하는 그는 대회가 시작되자 이전까지 노출됐던 터키의 공격 포메이션을 투톱에서 원톱으로 바꾸는 기막힌 전술을 구사하며 터키의 돌풍을 이끌었다. 브라질과의 4강전에서 과연 어떤 전술로 스콜라리 감독과 벤치 대결을 펼칠지 궁금하다.
박희정기자/hj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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