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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칼럼] 마음의 적은 이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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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칼럼] 마음의 적은 이길 수 없다

입력
2002.06.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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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토니 다운스는 그의 저서 '민주주의의 경제적 이론'에서 "민주주의는 경쟁하는 정당들이 선거를 통하여 정권을 쟁취하는 제도"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서로 경쟁하는 기업가들이 소비자를 상대로 시장에서 이윤을 극대화하려고 노력하고, 소비자는 주어진 소득으로 스스로의 효용의 극대화를 목표로 하는 것처럼 정당들은 집권을 위하여 유권자를 상대로 투표수 극대화를 목표로 한다.기업이 시장에서 이윤을 극대화 하려면 질과 가격 면에서 다른 경쟁기업 보다 소비자의 기호에 합당한 상품을 지속적으로 공급하여야 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서로 경쟁하는 정당들은 선거에서 정책이라는 공공재화를 유권자에게 공급하여 이에 대한 유권자들의 선택에 따라 집권을 할 수도 있고 야당이 될 수도 있다. 현재 집권하는 정당은 정권 재창출이 지상 목표이고 야당은 정권 쟁취를 목표로 한다. 선거에서 여당은 집권기간 동안의 모든 정치행위에 대한 유권자들의 심판을 받고 야당은 새로운 정책을 제시하고 유권자들의 선택을 따를 뿐이다.

일반적으로 집권여당이 국민의 경제생활과 정서에 크게 위배되는 과오를 범하지 않는 한 집권여당의 재집권이 용이하다는 것이 일반적이다. 왜냐하면 유권자는 집권당의 정책에 익숙하여 있고 야당이 집권하였을 경우 불확실성을 염려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당은 스스로의 정치행위가 일반 국민에 의하여 어떻게 수용되고 있는지를 지속적으로 주시하여야 한다. 이를 위하여 여당은 정부 차원의 각종 정보기관을 활용할 수단과 능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소유한 제도적인 기관들이 공급하는 정보들은 유권자의 마음을 읽는데 많은 한계가 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 혹은 유권자의 마음을 가장 정확하게 읽을 수 있는 제도가 선거이다. 선거에서 유권자는 투표를 통하여 평상시 제도적인 정보기관들이 파악할 수 없는 정보들을 한꺼번에 제공한다. 집권여당이 선거에서 표출된 유권자의 의사를 제대로 인식하여 수용하지 못하면 그 집권당은 유권자에 의하여 외면 당할 수 밖에 없다. 모든 선거 결과는 선거의 규모와 관계없이 유권자에 의한 대통령과 집권당의 정치행위에 대한 평가이다.

6월 13일 실시된 전국지방자치제 선거에서 현 집권 새천년민주당은 대한민국 선거사상 유래 없던 참패를 당하였다. 선거 패배의 원인을 여러 가지 들 수 있겠으나 현 집권 세력들은 이번 선거결과를 1998년 집권 이후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유권자의 냉정한 심판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소수 의석으로 출발한 현 정부는 자민련과 함께 인위적인 방법으로 다수 의석을 확보하였음에도 2000년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과반수 의석 확보에 실패하였다.

또한 작년 10월 실시된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도 집권여당은 완패를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과 집권여당은 선거에서 나타난 국민의 의사를 수렴하여 그간의 잘못을 시정하는 노력보다는 오만을 보임으로서 국민들의 정서를 오히려 악화시켰을 뿐이다.

선거에서 나타난 유권자의 의사는 대통령에게 정치행위를 국민들의 의사에 합당하게 시정하라는 것이지 대통령의 집권당 총재직 사퇴나 탈당을 요구한 것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현재 대통령이 집권당을 탈당하였다고 해서 현 정부의 지난 기간의 각종 정치 및 행정 행위들이 유권자들의 심판에서 제외될 수 없기 때문이다.

현 집권층은 스스로 1997년 대통령선거에서 대한민국 건국이래 최초의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룩하면서 유권자의 현명한 판단을 체험한 바 있다.

당시 집권당인 신한국당은 재집권을 위한 수단으로 당시 대통령의 총재직 사퇴와 탈당을 요구하고 당명을 바꾸기도 하였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이미 마음이 떠난 유권자들의 지지를 이끌어내는데 실패하였다. 현재 대통령과 여당은 실패한 역사를 반복하고 있다.

워터루 전투에서 영국에 패한 나폴레옹은 그의 부하들에게 독백처럼 말하기를 "아무리 훌륭한 포화로 무장된 무력도 마음의 적(敵)은 이길 수 없다"고 하였다.

이 말은 돌아선 유권자의 마음을 정치적인 수사나 술수로 돌이 킬 수 없다는 뜻임을 현 집권세력은 인식해야 할 것이다.

김종인 前 청와대 경제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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