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숨막히는 경기를 보고 나서 도대체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120분간의 치열한 사투를 벌인 뒤에도 승부를 가리지 못한 우리나라와 스페인은 결국 승부차기로 아슬아슬한 승부를 가름했다. 신화는 계속됐다.자랑스러운 우리 대표팀이 스페인을 꺾고 기적적으로 ‘월드컵 4강’에 올라간 것이다. 누가 이런 결과를 감히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있는 힘을 다해 멋진 승부를 연출해 낸 두 팀 선수들에게 뜨거운 갈채를 보낸다.
스페인은 매끄럽고 부드러운 플레이가 매혹적인 팀이다. 우리나라의 박력있고 활기넘치는 플레이가 한 데 어우러져 수준높고 흥미진진한 경기가 될 것이 기대됐다. 4만명이 넘는 관중들이 “대~한민국!!”과 “오~코리아!!”를 외쳐대는 가운데 경기가 시작됐다.
그러나 우리 선수들은 너무 지쳐있었다. 몸놀림이 무겁고 손쉬운 패스를 실수하는 것이 이미 체력적으로 한계를 넘은 것 같았다. 스페인은 뛰어난 개인기와 조직력을 바탕으로 우리의 압박을 따돌리며 미드필드를 장악하고 경기를 지배했다.
모리엔테스의 위협적인 헤딩슛을 이운재가 가까스로 막아낸 것을 비롯, 전반전에만 서너 차례 결정적인 위기를 넘겼다. 이렇게 밀리는 것이 히딩크 감독의 작전이 아닐까 하는 어이없는 기대도 해보았지만 후반전에는 더욱 위험한 상황이 계속됐다.
스페인이 우리 진영을 공격해 들어올 때마다 아찔아찔한 순간이 이어졌다. 골키퍼 이운재와 수비진의 헌신적인 방어, 그리고 ‘하느님의 보우하심’이 없었다면 최소한 두세 골은 허용했을 것이다.
후반 21분 박지성의 강력한 슈팅이 카시야스의 기적적인 선방에 걸렸을 땐 더 이상 희망이 없어 보이기까지 했다.
후반 44분 히딩크 감독이 황선홍을 투입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그 후부터는 우리 팀의 공격이 활발해졌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스페인의 반격에 정신없이 시달려야 했다. 연장 10분 모리엔테스의 결정적인 슈팅이 골 포스트를 맞고 나간 것은 정말 행운이었다.
결국 승부차기에 들어갔다. 스페인에겐 끝내 운이 따르질 않았다. 경기내내 뛰어난 개인기와 스피드로 우리 수비진을 흔들어대던 호아킨의 킥이 이운재의 멋진 다이빙에 걸린 것이다. 홍명보의 마지막 킥이 골 네트를 흔드는 순간 모리엔테스는 그만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정말 숨막히는 승부였다. 행운이 따른, 그러나 자격이 충분한 승리였다. 이제 우리는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그리고 우리는 어디까지 감당할 수 있을까? 지금도 경기장밖에는 기적적인 승리를 축하하는 “대~한민국!!”의 함성이 울려 퍼지고 있다.
강석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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