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가 반드시 흥행의 보증수표는 아니다. 프랑스, 이탈리아, 포르투갈 등 쟁쟁한 우승 후보들이 이변의 희생양으로 전락, 일찌감치 탈락하면서 남모르게 울상을 짓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이들에게 거액을 투자한 광고주.파이낸셜 타임스에 따르면 세계적인 스포츠용품 회사인 나이키와 아디다스가 광고계약을 맺은 이번 대회 출전 선수는 모두 49명. 하지만 그 중 1골이라도 넣은 선수는 고작 7명에 불과하다.
나이키가 모델로 잡은 포르투갈의 루이스 피구는 팀의 조기탈락으로 일찌감치 보따리를 쌌고, 아디다스가 노심초사 끝에 광고계약을 한 프랑스의 지네딘 지단도 허벅지 부상과 팀의 탈락으로 아쉽게 1경기 출전에 그쳤다.
나이키와 아디다스가 무려 49명이나 광고 모델로 잡았던 것은 조기 탈락 등을 염두에 둔 분산투자 차원. 아무리 그렇더라도 강호들이 줄줄이 탈락할 것은 상상조차 못해 결국 분산 투자도 아무런 소용이 없게 됐다.
프랑스의 자동차회사 르노는 해치백 스타일의 신차 ‘클리오’의 역동적인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스트라이커 티에리 앙리를 모델로 기용했지만, 앙리는 2차전서 레드 카드를 받아 퇴장당해 3차전에는 출장조차 못했다.
이탈리아의 피아트사도 불운을 피할 수 없었다. 거액을 주고 자국의 톱 스타 토티와 계약했지만, 토티는 한국과의 16강전 연장전 때 퇴장당하며 팀 패배의 빌미를 제공했다.
그나마 그라운드를 밟았다면 다행이다. 펩시는 아일랜드의 주장 로이 킨과 아일랜드 광고 사상 최고액인 9억원이나 주고 계약을 맺었지만, 킨이 감독과의 불화로 팀에서 쫓겨나는 바람에 이번 대회에 얼굴조차 못내밀었다.
영국 마케팅 회사인 데이터모니터의 네일 브롬은 “이변과 파란이 유독 많은 이번 월드컵에선 선수 개인을 후원하는 비공식 스폰서들은 대부분 손해를 볼 것”이라며 “영화배우 뺨치게 잘생긴 잉글랜드의 데이비드 베컴처럼 성적과 무관하게 광고효과를 지닌 스타들에게 투자하는 쪽으로 축구 마케팅 방향이 바뀔 것”으로 내다봤다.
박천호기자/tot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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