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급은 없고 직위만 남는다.’은행 인사제도의 상징인 ‘직급제’가 머지않아 완전히 사라질 전망이다. 공무원 서열체계와 비슷하게 ‘4급 대리’ ‘3급 과장’ 식으로 직급(1~6급)에 따라 승진을 하고, 봉급을 받는 데 익숙한 은행원 사회에선 가히 ‘혁명적’이라고 할만한 변화다.
23일 금융계에 따르면 연공서열 보다는 능력 위주의 발탁인사가 잦아지면서 직급제 자체를 폐지하고 새로운 인사시스템을 도입하는 은행들이 늘고 있다. 하나은행은 최근 근무연한 등에 따라 1~5급 5단계로 분리돼 있던 직급체제를 3단계로 축소하는 인사개편안을 마련했다.
1~3급을 통틀어 ‘관리자’로, 4급은 ‘책임자’, 5급은 ‘행원’으로 바꾸어 은행 규정상 ‘~급’이라는 말 자체를 아예 없앨 계획이다. 직무 중심의 팀제가 뿌리를 내리면서 계단식 서열화가 필요 없어졌다는 것이 은행측의 판단이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도 ‘인사혁신 태스크포스팀’을 구성, 직급 중심으로 돼 있는 현행 승진체계를 직위 중심으로 전환하는 개선안을 추진중이다.
산업은행은 하반기중 1~5급으로 돼 있는 직급제를 완전 폐지키로 하는 한편 직원의 채용도 일괄채용이 아니라 직군· 직무별로 분리해 채용하는 방식을 도입키로 했다. 연공 위주로 돼 있는 급여체계도 연봉제 등 직무성과급제로 단계별로 전환해나갈 계획이다.
최근 4급 대리 70명을 1~2급 간부들이 맡아왔던 지점장으로 발령, 은행가에 ‘인사파괴’바람을 일으켰던 국민은행 역시 1~6급의 여섯 단계로 돼 있는 현행 직급체계를 선진국형 ‘레벨 제도’로 바꾸기로 했다.
신입행원이나 초급행원은 ‘레벨 1’으로 다음 단계는 ‘레벨 2’로 분류하는 등 해당분야에 익숙한 정도에 따라 모두 4단계의 레벨로 조정할 계획이다.
은행 관계자는 “기존의 은행 인사제도는 직급이 올라야 상위 직위를 맡을 수 있는 ‘직급ㆍ직위 일체형’이 주류였다면 앞으로는 서열 개념의 직급은 사라지고 능력 위주의 직위만 남는 형태가 될 것”이라며 “상하관계가 어느 분야보다도 분명한 보수적인 은행권에도 수평적이고 개방적인 조직문화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변형섭기자/hispeed@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