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금과 거문고의 명인 김영재(55ㆍ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씨가 국악 인생 40년을 결산하는 무대를 갖는다.25일 저녁 7시 30분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열리는 이 공연은 그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처음으로 마련하는 것.
그동안 여러 무대에 누구보다 많이 불려 다녔지만 직접 판을 벌이기는 처음이다. 10년 뒤로 기념공연을 미루려다 기량이 녹슬기 전에 좋은 연주를 들려주자고 마음을 바꿨다.
그가 나고 자란 서울 마포는 굿이 성행하던 지역이다. 춤추고 노래하기 좋아하던 소년은 굿판을 쫒아다니다가 국악에 빠졌다.
14세 때인 1961년 국악예술학교에 입학, 중고등 과정 6년간 당대 최고의 명인 신쾌동, 지영희에게 각각 거문고와 해금을 배웠다.
“활대로 긋는 해금은 여성적이고 섬세한 소리를, 술대로 내려 치는 거문고는 우직하고 남성적인 소리를 지녔지요. 내게 그런 양면성이 있는지 두 악기가 모두 좋아요.”
해금과 거문고 뿐 아니라 관악기를 뺀 거의 모든 악기에 두루 능한 그는 작곡가로도 유명하다. 지난달 30일 상암동 경기장에서 열린 월드컵 전야제의 서막 춤 음악이 그의 작품이다.
TV 드라마 ‘분례기’ ‘관촌수필’ , 연극 ‘오장군의 발톱’ ‘봄에는 산에 들에’ 등의 음악을 작곡했고, 한영숙 이매방 강선영 최현 조흥동 김진걸 송범 등 전통춤 명인의 반주음악 작곡을 도맡다시피 했다.
전석초대인 이번 공연은 제자들과 함께 한다. 그가 보유자 후보로 지정받은 신쾌동류 거문고산조(중요무형문화재 16호)를 비롯해 김영재류 해금산조, 직접 작곡한 해금과 거문고 음악 등으로 꾸며진다.
초연작품으로 철가야금 즉흥연주에 의한 무용음악 ‘살풀이’, 서울굿의 무당노래를 해금 독주로 엮은 ‘서울무가’가 포함돼 있다.
거문고병창 ‘팔도유람가’와 ‘적벽가’ 중 ‘새타령’도 기대되는 프로그램. 거문고병창을 할 줄 아는 이는 현재 그가 유일하다.
이걸 하려면 거문고와 소리 둘 다 잘 해야 하는데, 그런 재주를 갖춘 이가 없기 때문이다.
이번 공연에 맞춰 무용음악 창작곡을 모은 음반 ‘몸짓, 소리, 농현, 여운’을 내놓는다.
“앞으로도 연주와 작곡을 꾸준히 병행하면서 그동안 해온 작업을 정리해 악보로 남기고 연주곡들을 CD로 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02)323-0170
오미환기자/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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