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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특별기고/우리는 싸웠고,아름다웠고,장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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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특별기고/우리는 싸웠고,아름다웠고,장엄했다.

입력
2002.06.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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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혈투는 끝났다.우리는 싸웠고,아름다웠고,장엄했다.그리고 이겼다.아!4강!더 무슨 말을 하랴.

누가 감히 꿈꾸었던가.우리의 이 감격을!

그들의 조국에서는 9년만에 노조가 파업에 도입해 수만 명의 시위대가 수도 마드리드를 뒤덮었던 날…스페인 선수들은 우리와 맞서기 위해 광주로 이동했다.같은날 TV는 우리 선수들을 뜨겁게 맞는 광주의 모습을 시간시간 전해 주고 있었다.화면에 비친 우리 전사들의 모습은 피와 땀으로 얼룩진 그간의 긴 도정 때문일까.어딘가 조금은 지친 모습이었다.

그리고 결전의 날은 왔다.그리고 우리는 이제는 월드컵의 성지'상암 경기장'으로 간다.

추구란 무엇인가를 생각한다.

언젠가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스포츠 특집에서 '축구는 정치인이 할 수 없는 것을 말한다.축구 경기에는 근본적인 정직성이 있다.'고 정곡을 찌른 바 있다.

이 두가지 때문에 축구 국제경기는 언제나 민족감정을 불러일으킨다.축구에 이김으로써 '내 나라가 너의 나라보다 강하다'는 자기도취에 빠진다.무조건 '우리 나라가 더 많은 골을 넣어야 한다'는 몽매함이다.

'2차 세계대전은 끝나지 않았다'.1988년 유럽 챔피언십에서 독일을 물리치고 네덜란드가 결승에 올랐을 때,수백만의 네덜란드인은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그리고 소리쳤다.2차 대전은 끝나지 않았다고.네덜란드가 이겼다고.

2001년 8월31일 독일의 프랑크푸르트 중앙역 광장에는 수만명의 독일인과 영국인이 운집했다.300km떨어진 뮌헨에서 월드컵 독일 잉글랜드 예선이 열린 날이었다.여기서 독일은 졌다.

두 나라가 응원단이 충돌하면서,역 앞 상가 건물이며 거리의 자동차가 부서지는가 하면 35명이 체포되고 2명의 경찰이 부상했다.그러나 그때 잉글랜드에 졌던 독일은 월드컵 본선에서 4강에 올랐으나,잉글랜드 팀은 브라질에 역전패하며 씁쓸한 귀향 길에 오를수밖에 없게 되었다.

이것이 또한 축구다.

경기 내용 면에서 압도적으로 우세했으면서도 어이없이 당한 한 골의 벽을 넘지 못하고 질 수도 있는 게임이 축구밖에 또 있는가.애틀랜타 올림픽에서 브라질이 일본에게 그렇게 졌다.

그러므로 축구는 어떤 경기보다도 그 '예상'이 어렵다.예상은 희망사항일 뿐이다.인생이 또한 그렇지 아니한가.

누구도 자신의 인생을 예상할 수 없는것,그것이 우리의 삶이 아니던가.우리를 그토록 열광하게 하고,우리를 또한 그만큼 참담하게 하는 요인이,그 어떤 스포츠와 달리 축구에는 이렇게 가득하다는 점.그것도 인류가 축구를 좋아하는 이유의 하나인 것은 분명하다.

세계 4강.이것은 기적이 아니다.피와 땀과 눈물의 결정일 뿐이다.

히딩크 사단,대한민국축규 대표팀이여.자랑스럽습니다.고맙습니다.사랑합니다.

우리는 영원히 여러분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감사의 마음을 간직한 채.

한수산 작가·세종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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