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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讀賣新聞 공동기획/ 한일 축구전문가 허정무·이국수 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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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讀賣新聞 공동기획/ 한일 축구전문가 허정무·이국수 대담

입력
2002.06.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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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최대의 스포츠잔치 2002 한일월드컵축구대회가 종착점으로 치닫고 있다. 새 천년 첫 월드컵에서는 프랑스 아르헨티나 등 우승 후보들의 예선탈락, 한국 미국 세네갈 등 축구 소국의 약진으로 이변과 파란이 계속되고 있다.한국일보와 일본의 제휴사인 요미우리(讀賣)신문은 공동기획으로 21일 축구전문가 허정무(許丁戊) KBS해설위원과 재일동포 이국수(李國秀)씨의 대담을 마련, 이번 월드컵에서 나타난 세계축구의 흐름과 특징, 한일축구의 현주소와 과제를 짚어봤다. / 편집자주

이변의 속출, 그 이유

▦이국수=한일월드컵에서는 이변이 속출,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전통 강호들의 월드컵 준비부족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허정무=이번 월드컵의 특징은 예전과 달리 박진감 넘치는 경기, 즉 명승부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역대 월드컵은 유럽리그가 끝난 뒤 약 1달 정도의 여유가 있었다.

그러나 이번 대회는 예년에 비해 10일 정도 앞당겨져 선수들이 피로를 회복할 시간이 없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팀들이 후반 체력이 뚝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선수들의 피로누적이 이변의 또 다른 이유이다.

▦이=프랑스 등의 예선 탈락에는 감독의 선수 선발 문제도 작용했다. 프랑스의 탈락은 감독 책임이 크다. 부상으로 지단의 공백이 불가피했다면 경기력이 좋지 않은 조르카예프 대신 다른 선수들을 써야 했다. 프랑스엔 좋은 선수가 많다.

아르헨티나도 사비올라를 선발하지 않은 것이 실책이다. 미국에 패한 포르투갈의 경우는 피구 등 스타들이 상대를 얕보았기 때문이다.

▦허=감독의 행동에 이해가 안가는 대목들이 있었다. 아르헨티나의 경우 바티스투타를 원톱, 오르테가와 로페스를 양쪽 날개로 기용했는데 결국 베론의 부진으로 패했다. 크레스포와 바티스투타를 모두 기용하는 투톱시스템으로 변화를 줘야 했다.

프랑스는 지단의 결장으로 전술변화가 필요했다. 그런데도 앙리 트레제게, 윌토르(또는 시세) 등 3명을 최전방에 내세우는 전술만 고집했다. 플레이메이커의 볼배급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좋지 않은 전술이었다. 이탈리아의 경우 토티와 비에리의 손발이 안 맞았다. 둘 중 한 사람을 교체해야 했다.

이번 대회의 특징

▦허= 강호들의 탈락은 일시적 현상일 뿐이다. 세계축구는 유럽과 남미의 강세가 지속될 것이다. 이번 대회의 특징이라면 단지 잘 준비한 팀이 승리했다는 것 뿐이다. 이는 체력적 요소와 직결된다. 기술과 함께 체력은 축구의 기본요소다. 압박이 강해지고 있는 현대축구에서 살아 남으려면 체력이 있어야 한다.

이전에는 투톱 포메이션이 유행했지만 한국 아르헨티나 프랑스처럼 양쪽 윙플레이를 강조하는 형태가 주를 이루고 있다. 압박을 뚫기 위해 양 날개를 활용하는 한편 양 날개의 수비가담이 두드러진다.

1970년대 네덜란드의 토털사커(전원수비 전원공격)만큼 큰 변화는 아니지만 강한 수비(압박)와 윙플레이를 이용한 빠른 역습을 잘하는 팀이 성적을 내는 것이 이번 대회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세계축구는 기술축구로 대변되는 남미와 체력과 조직력이 특징인 유럽이 양립해 왔다. 양 대륙은 상대를 이기는 방법을 강구하게 되었는데 압박은 이 과정에서 등장한 축구의 흐름이다. 그런 싸움은 과거에도 있었다. 말하자면 근본적인 변화는 없다는 것이다. 물론 윙플레이가 강조되는 것은 눈에 띈다.

한일 양국이 좋은 성적을 낸 이유

▦허=한국과 일본이 나란히 16강에 진출한 원동력은 양국 감독이 100% 제 역할을 해줬기 때문이다. 준비과정이나 전술운영이 좋았다. 양국은 유럽과 남미, 아프리카에 비해 기술과 체격에서 핸디캡을 갖고 있지만 강한 체력과 압박으로 이를 극복했다.

아시아축구가 세계수준에 근접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 것이다. 경기운영에서도 거친 태클이나 압박에 당황하지 않고 제 플레이를 할 수 있다는 점이 과거와 달라진 모습이다.

이번 대회 반칙 1위는 일본팀이다. 그만큼 적극적인 경기운영을 했고 기동력과 체력,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상대를 제압했다는 의미다. 일본은 근성이나 끈기면에서 한국 팀에 뒤졌다. 이것이 16강과 8강의 차이다.

▦이=동의한다. 그러나 양국의 경기력 차이는 양국 축구협회의 문제일 수 있다. 히딩크 감독은 축구협회로부터 전적인 뒷받침을 받은 반면 트루시에 감독은 그렇지 못했다.

한국축구 비약적 성장의 비결

▦이=한국축구가 히딩크 감독 체제 17개월만에 비약적으로 발전한 것은 선진축구의 향기를 선수들에게 맡도록 했기 때문이다. 히딩크는 종래의 한국축구와 다른, 선수선발의 기준을 만들었다. 지금까지 한국축구가 스피드와 체력으로 아시아를 제패했지만 히딩크는 이를 세계적인 평가틀로 대체했다.

▦허=히딩크의 뛰어난 지략, 축구협회의 전폭적인 지원, 선수구성의 신구조화 등 3가지가 맞아 떨어진 결과다. 축구협회는 한국이 1986년부터 1998년까지 4차례의 월드컵에 투자한 것보다 더 많은 자금을 이번에 쏟아 부었다. 박항서 정해성 등 한국코치진의 헌신적인 뒷받침도 칭찬해주고 싶다.

앞으로의 과제

▦이=이번 월드컵은 한일정부가 양 국민에게 준 선물이다. 축구를 어떻게 발전시키느냐는 국민의 몫이다. 축구계만 축구를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 사회 각 분야에서 축구발전을 논의하고 그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 일본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본다.

▦허정무=한일양국 축구는 재도약의 기회를 잡았다. 이 기회를 값지게 활용, 세계축구에 도전해야 한다. 사실 이 열기가 곧 식어버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다. 밑바닥부터 기본을 튼튼히 다져서 축구발전 시스템을 확립해야 한다.

박진용기자

hub@hk.co.kr

●허정무

▲47세

▲국가대표(1974~86년)

▲네덜란드 아인트호베서 활약

▲한국 국가대표팀감독(1998~2001년)

▲KBS 축구해설위원

●이국수

▲45세

▲요미우리클럽 소속 선수

▲요코하마 트라이스타서 활약

▲도쿄 도잉가쿠엔고교 축구감독

▲베르디가와사키 총감독(1998~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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