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여일간 진통을 거듭해온 검찰의 김홍업(金弘業)씨 수사가 21일 홍업씨에 대한 사법처리와 함께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검찰은 일단 홍업씨가 기업인 등에게서 뇌물성 자금 22억8,000만원을 받은 혐의를 확인, 한숨을 돌렸지만 아직 해야 할 일은 많이 남아있다.
무엇보다 홍업씨가 돈을 받은 대가로 누구를 통해 어떤 일을 했는지에 대해 명확한 답이 나와있지 않다.
■홍업씨 개입 어디까지
검찰이 홍업씨에게 적용한 죄목은 알선수재와 변호사법 위반. 금융감독기관과 사법기관 등의 업무에 대한 청탁조로 돈을 받았다는 의미다.
검찰은 특히 구속영장에서 홍업씨가 지난해 9월 주택공사 오시덕 사장으로부터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비리 내사를 무마해 달라는 명목으로 2,000만원을 받았다고 밝혔다. 홍업씨의 손길이 청와대까지 뻗쳤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또 홍업씨 등에게 10억원을 준 성원건설의 화의안이 로비이후 신속히 처리됐고, 이재관(李在寬) 전 새한그룹 부회장이 검찰 수사 무마 청탁 후 불구속 기소가 돼 사례비를 준 사실이 밝혀지는 등 외견상 ‘성공한 로비’가 여러 건이다.
홍업씨의 관련의혹이 단순히 개인비리 차원을 넘어서 청와대와 검찰, 국세청, 예금보험공사의 고위 간부들이 연루된 ‘권력형 비리 게이트’로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검찰은 “홍업씨의 구속이후 관계기관 청탁여부와 추가 범죄 등을 수사할 방침”이라고 공식입장을 밝힌 상태.
그러나 청와대ㆍ국세청 등 권력기관 고위층들이 줄줄이 도마 위에 올라 끝이 보이지 않는 수사가 될 소지가 있는 데다, 홍업씨 등의 활동영역으로 미뤄 검찰 내부도 바람을 맞을 가능성이 커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다.
■받은 돈 22억원 뿐일까
검찰주변에선 영장 청구에서 밝혀진 22억원은 빙산의 일각이라는 이야기들이 나돈다.
홍업씨의 측근인 유진걸(柳進杰)씨의 차명계좌에서 발견된 32억원과 김성환(金盛煥)씨가 대차관계라고 주장하는 33억원, 홍업씨가 아태재단 직원 등을 시켜 세탁한 28억원 등 100억원~140억원이 홍업씨와 주변인사들을 거쳐갔기 때문이다.
물론 일부 자금은 중복됐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검찰은 자금의 출처와 흐름에 대해 아직 말이 없다. 기소 때까지 향후 20일간 검찰이 보강수사를 통해 명확한 해답을 내놓아야 할 부분이다.
■대선잔금 의혹 규명은
사건 초기부터 홍업씨 주변에선 10억원대 이상의 대선잔금 관리설이 맴돌았다.
이에 대해 홍업씨의 변호인은 “97년 대선을 전후로 선거지원비와 활동비 명목으로 10억여원을 받았으나 대가성은 없다”고 밝힌바 있다.
그러나 이 자금의 뿌리와 정확한 실체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노원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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