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밤 이탈리아전이 끝난 직후 거스 히딩크 감독은 승리의 기쁨과 함께 다음 경기까지 남은 시간이 얼마인지를 계산했다.22일 8강전이 열리는 오후 3시30분까지 남은 시간은 약 88시간. “피로회복이 8강전의 변수가 될 것”이라는 그의 말대로 한국은 피로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스피드와 지구력 등 체력을 앞세우는 한국으로서는 피로가 가장 큰 적이다. 스페인은 이틀을 더 쉴 수 있었기 때문에 피로회복에 관한 한 한국보다 유리하다.
몸 속에 누적된 젖산, 암모니아가스 등 피로의 부산물이 제거되고 에너지원인 글리코겐이 축적되는 데는 48시간 정도가 걸린다. 따라서 88시간은 생리학적으로 회복과 에너지 축적이 가능한 시간이다.
그러나 선수들에게 일반피로회복 원리를 적용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 체육과학연구원 윤성원 박사는 “예선전부터 피로가 누적돼온 선수들이 완전 탈진했기 때문에 더 많은 회복시간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김현철 대표팀 주치의도 “이탈리아전에서 117분간 뛴 선수들은 사실상 마라톤을 완주한 것과 다름 없다. 1주일 정도가 지나야 정상회복이 가능하다”며 걱정했다.
체중 70㎏의 축구선수는 경기중 1분당 약 17칼로리를 소모한다. 90분을 뛰었을 때 소모량은 약 1,500 칼로리인데 선수들은 이탈리아전에서 117분을 뛰었기 때문에 약 2,000칼로리를 쓴 셈이다. 일반인들이 30분간 힘들게 러닝을 했을 때 250~300칼로리를 소모한다.
윤성원 박사는 “선수들의 피로회복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는 게 급선무”라며 “그 결과에 따라 히딩크 감독의 작전이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김정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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