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표팀이 22일 스페인을 꺾으면 4강전이 열리는 25일을 임시공휴일로 정하자” “안 된다. 축구는 축구로 끝내야 한다.”정부 내에서 공휴일 지정여부를 놓고 토론이 벌어지고 있다. 단순히 하루를 쉬면서 응원하자는 차원이 아니라 축제 문화를 활성화하고 사상 초유의 국민적 단합 분위기를 더욱 공고히 하자는 취지에서 비롯되는 토론이다.
공휴일 지정과 관련된 많은 건의가 정부에 들어오고 있다. 특히 축구협회는 “4강에 오르면 25일을 ‘축구의 날’로 정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 내의 기류는 일단 부정적이다. 4강에 오르지도 않았는데 김칫국부터 마실 수 없고 공휴일 지정이 득보다 실이 크다는 판단 때문이다.
정부는 이미 8강전이 열리는 22일의 휴일지정을 놓고 내부적으로 격론을 벌인 바 있다. 결론은 ‘노(NO)’였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였다. 우선 어디까지 올라갈지 모르는 상황에서 8강전부터 공휴일을 정하면 4강전(결승전은 일요일)까지 휴일로 해야 하는 부담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됐다.
또 촉박하게 공휴일을 지정하면 일부 중소기업들이 자금결제 문제로 곤욕을 치를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정부가 앞장서서 ‘노는 분위기’를 조장할 수 없다는 반대가 많았다.
그러나 반박도 있다. 국민의 에너지가 분출될 공간이 없고, 그래서 정치나 인간관계 등에서 매우 척박한 풍토를 축제의 문화로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지금이라는 것이다. 공휴일 지정은 대립적 문화를 바꾸는 상징적인 실마리가 된다는 논리다. 하지만 정부 내에서 이 주장은 소수론에 머물고 있다.
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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