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원은 일반인에게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공간이다.신앙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리고 스스로를 울타리 안에 가둔 채 고독과 침묵 속에서 살아가는 수도자의 모습은 일반인에게 늘 궁금증의 대상이 돼 왔다.
그런 수도자의 삶을 체험할 수 있도록 일반인에게 울타리를 활짝 열어 젖힌 수도원이 있다.
경북 왜관에 있는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원장 이형우 아빠스)은 28~30일, 7월 19~21일, 8월 9~11일, 8월 16~18일 4차례에 걸쳐 2박3일씩 고등학생 이상 35세 미만 미혼 남성을 대상으로 ‘수도생활 체험학교’를 연다.
체험학교에 참여하는 평신자나 일반인은 수도자들의 생활 공간인 ‘봉쇄구역’에 들어가 수도자와 똑같은 신앙과 공동체 생활을 경험한다.
봉쇄구역은 가톨릭 신자라 하더라도 출입을 허가하지 않는 절대공간이다.
성 베네딕도회가 원래 관상(봉쇄) 수도회로 시작했다는 사실에 비춰볼 때 왜관 수도원이 봉쇄구역을 일반에게 공개하는 것은 교계 내에서도 파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수도원측은 “복잡한 세상 속에서 진실한 삶을 갈구하는 일반인의 마음과 하느님의 자녀다운 모습으로 살고자 하는 수도자의 마음이 다르지 않기 때문”이라고 수도원 개방 이유를 밝혔다.
이번 수도생활 체험학교는 세상과의 격리, 침묵과 고독, 하느님과의 화해, 기도와 노동, 세상과의 나눔 등 다양한 주제별로 진행된다.
참가자는 새벽 5시에 기상해 7시까지 기도, 8시30분부터 11시 30분까지 노동, 그리고 낮기도와 점심 식사 후 오후 1시부터 5시30분까지 또다시 노동에 들어간다.
그리고 오후 6시 기도와 묵상, 7시 저녁 식사 후 8시 기도를 끝내면 대침묵의 시간을 맞는다.
취침 전까지의 대침묵 시간 동안에는 절대로 말할 수 없으며 일상의 모든 업무에서 벗어나 묵상과 자기 성찰의 시간을 갖는다.
성 베네딕도회의 모토는 기도와 노동을 통한 영혼과 육체의 조화.
참가자는 농장일과 빨래 등 기본적인 의식주를 해결하는 것 외에 수도원 안에 있는 분도출판사, 유리화(스테인드글라스) 제작실, 목공예실 작업과 양로원 봉사 등 다양한 노동 프로그램을 이수해야 한다.
왜관 수도원은 2월부터 매달 둘째, 셋째주 ‘젊은이를 위한 기도모임’을 갖고 일반 청년에게 수도원 체험의 장을 제공해 왔다.
이번 체험학교는 좀더 많은 이들에게 참여 기회를 주기 위해 여름 방학에 맞춰 확대 실시되는 것이다.
왜관수도원 박재찬 신부는 “편리함을 추구하는 현대인들에게 수도원은 많이 불편하겠지만 수도자의 삶을 체험하면서 진정 각자의 인생에서 추구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성찰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6세기경 이탈리아에서 결성된 성 베네딕도회는 1909년 독일 선교사에 의해 국내에 들어와 함경남도 덕원에 수도원이 세워졌으며 한국전쟁중인 52년 왜관으로 옮겨졌다.
김영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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