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이탈리아전에서 히딩크 감독이 선보였던 축구는 전술 변화의 경연장이었다. 히딩크 감독은 조예선서의 필승 포메이션이던 3-4-3 전형을 들고 나왔지만 이탈리아의 빗장수비를 좀처럼 뚫지 못해 후반 수비수 대신 공격수 3명을 투입하는 결단을 내렸다.이탈리아의 뛰어난 역습능력을 감안할 때 ‘동점골을 뽑아내더라도 연장서 상대 공격을 막아내기 힘들 것’이라는 위기감이 컸지만 한국은 극적인 동점골과 골든골로 오히려 이탈리아를 격파했다.
한국이 월드컵 역사에 기록될만한 명승부를 펼칠 수 있었던 까닭은 선수들의 강한 체력과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능력 때문이다. 후반 38분 이후 김태영, 홍명보, 김남일이 모두 빠져 공ㆍ수의 안정이 완전히 무너질 것이라는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선수들은 포지션을 큰폭으로 바꾸며 공수의 안정을 되찾았다. 공격형 미드필더 유상철은 중앙수비수로 변신했고 오른쪽 공격수로 나섰던 박지성은 수비형 미드필더로 위치를 옮겼다.
송종국은 경기가 끝난 뒤 “경기중 윙백, 미드필더, 스토퍼, 중앙 수비수 등 4곳의 포지션을 모두 경험했다”고 말했다.
히딩크 감독이 수비의 위험부담을 감수하고 주전경쟁을 다투던 5명의 공격수를 모두 내세울 수 있었던 것은 여러 위치를 소화하는 선수들의 능력을 믿었기 때문이다. 조예선 첫 경기서 한국에 패한 폴란드 선수들은 “한국 선수들의 포지션이 매 경기마다 바뀐다”고 혀를 내둘렀다.
‘선수들의 포지션을 조기에 확정하라’는 비판에도 불구, 선수들을 이곳 저곳에 기용하는 히딩크 감독의 실험은 시행착오가 아니었다. 이탈리아전은 ‘한국형 토털사커’의 진가가 발휘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히딩크 감독은 올 초 미국 전지훈련 기간 중 “한일월드컵서는 더욱 공격적인 축구가 반향을 불러일으키게 될 것이고 한국도 이번 대회에 새로운 유행을 몰고 올 한 팀”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국 선수들을 어떤 포지션에도 내세울 수 있는 변화무쌍한 ‘팔색조 축구’로 월드컵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대전=월드컵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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