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내 앞을 가로 막을 자는 나밖에 없다.한국의 수문장 이운재(29ㆍ수원 삼성)가 세계적 골키퍼로 등극했다. 18일 한국과 이탈리아가 1_1 동점을 유지하던 연장 후반 8분. 한국 페널티 에어리어에서 설기현의 힐 패스를 이탈리아의 젠나로 가투소가 가로 챘다.
이운재와 1대1로 맞선 가투소의 오른발을 떠난 공은 한국의 골문으로 향했다. 그러나 이운재는 날아오는 공을 따라 돌고래처럼 튀어올랐다. 이운재의 왼손 펀칭에 걸린 공은 크로스바를 넘어갔다. 이탈리아의 월드컵 운(運)이 다하는 순간이었다.
이운재는 이번 월드컵에서 가장 성공한 선수, 가장 자부심을 가질만한 선수가 됐다. 세계적 골키퍼인 폴란드의 두데크, 포르투갈의 바이아, 이탈리아의 부폰과의 맞대결에서 모두 승리를 거두었기 때문이다. 조별리그 3경기서도 독일의 칸, 잉글랜드 시먼과 함께 최소 실점(1점)을 기록했다.
이운재는 약관 21세였던 94년 미국월드컵 독일전 후반 대선배 최인영을 대신해 첫 월드컵 무대를 밟으며 기대주로 떠올랐지만 이후 선수생활은 평탄하지 않았다. 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부터 주전자리를 서동명과 김병지에게 내준 것은 물론 간염으로 1년간 운동을 쉬어야했다.
98년 프랑스월드컵 무대는 아예 밟아보지도 못했다. 이번 월드컵에서도 화려하고 공중볼 처리가 뛰어난 김병지의 주전 골키퍼 기용이 예상됐다. 이운재 역시 “병지형과 내가 비교되는 것조차 영광”이라고 겸손해했었다.
그러나 히딩크 감독은 화려함보다는 수비의 안정감을 중시, 이운재를 중용했다. 4강을 다툴 스페인과의 결전을 앞둔 이운재는 “어느 팀을 만나도 우리는 자신이 있다. 지금 떨고 있는 팀은 스페인일 것이다”라 고 자신감을 보였다.
또 “여기까지 온 이상 월드컵 최고 골키퍼에게 주는 ‘야신상’도 노려보겠다”며 욕심을 감추지 않고 있다.
만년 2인자에서 세계적 거미손으로 성장한 이운재가 한국의 4강 신화를 완성시킬 것인지 팬들의 마음은 벌써부터 광주로 향하고 있다.
이왕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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