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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노티 월드컵칼럼] '기술축구'는 죽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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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노티 월드컵칼럼] '기술축구'는 죽었는가

입력
2002.06.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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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한일월드컵에서 이른바 약체로 분류돼 온 팀들의 기량이 눈에 띠게 좋아졌다고 믿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들은 이런 이유로 강팀들과의 실력격차가 크게 줄었다고 말한다.과연 그럴까. 나는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오히려 반대라고 생각한다. 강팀들의 자질이 떨어지고 실력이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같은 경향은 이번 월드컵에서 다시 한번 확인됐다.

그 이유는 다양하다. 선수들을 지치게 만드는 지역예선도 문제지만 전통의 강호들이 기술보다 힘을 우선시하는 게 가장 큰 이유다. 강인한 체력도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힘에만 매달리다 보면 축구의 참 맛을 잃게 된다.

반면 코스타리카와 세네갈은 승부와 관계없이 환상적인 테크닉으로 우리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남미의 강호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가끔 힘에서 열세를 보이기도 했다.

우루과이는 수수께끼 팀이다. A조 예선 초반 두 경기에서 우루과이는 7명의 수비수를 내세워 팬들을 지루하게 했다.

하지만 세네갈과 맞선 마지막 3차전서는 수비수를 3명으로 줄이고 적극 공세를 취했다. 우루과이는 세네갈과는 3_3, 프랑스와는 0_0 무승부를 기록했다. 어느 경기가 더 재미있었는 지는 자명하다.

내 기억으로 1986년 최전성기를 구가했던 브라질은 예선 첫 경기서 상대방을 이기기 위해 전력을 기울일 필요가 없었다. 진짜 게임은 지금부터다. 8강전서 한국과 맞붙는 스페인도 마찬가지다.

아르헨티나가 예선탈락한 건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조직력이 뛰어나고 훌륭한 선수들이 포진한 이 팀이 창조적 플레이가 부족했다는 점은 명백하다.

플레이메이커 지네딘 지단이 부상당한 프랑스는 팀 전력이 크게 떨어졌다. 전체 전력에서 절반 이상의 역할을 해내야 하는 지단이 없는 프랑스는 졸전을 치렀고 운도 따르지 않았다.

잉글랜드는 8강에 오를만한 충분한 전력을 갖추고 있지만 선풍을 일으킬만한 팀은 아니다. 베켄바워 같은 걸출한 스타가 탄생하지 않고 있는 독일의 플레이도 인상적일 뿐 그 이상은 아니다.

카메룬과 나이지리아는 조직력에서 약점을 노출했다. 이들 팀은 전에는 뛰어난 발재간으로 감탄을 자아냈지만, 이번 대회에선 월드컵 처녀출전국 세네갈의 빛에 가려졌다.

이제 한국팀에 주목해보자. 한국은 조직력이 뛰어나고 히딩크 감독이 다듬어 낸 기본기와 공수의 틀이 안정돼 있다. 나는 한국이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뤄낸 사실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나머지 팀들은 어떠한가. 나는 기계적인 플레이를 반복하는 팀들을 흔히 볼 수 있었다. 그들은 선수 개개인의 빛나는 기량에 의존하기 보다는 정해진 지역에서 획일적으로 움직였다.

내게도 이탈리아의 피가 흐르고 있지만 이탈리아는 부끄러울 정도였다. 객관적 전력에서 한참 앞서있는 이탈리아가 슈팅도 제대로 못날려 보고 멕시코와 1_1로 비길 수 있단 말인가. 축구강국의 전통이 무색했고 팬들의 입장에서는 그들의 플레이는 사기나 다름없었다.

이제 결론을 내리자. 지금은 힘의 축구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 환상적인 기술로 돌아갈 때다. 음악이 아닌 잡음을 만들어내는 집단은 내버려두고 모차르트나 쇼팽에 집중할 때다.

전 아르헨티나대표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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